경계가 사라지는 사회, 기준 없는 자유는 어디로 가는가

 

모든 것이 허용될 때, 무엇이 옳은지를 잃는다

2025년 현재, 한국 사회는 ‘경계’라는 개념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전통과 변화, 공적과 사적, 남성과 여성, 어른과 아이, 교사와 학생, 심지어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마저도 분명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시대다.

사회는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하며 가능한 많은 경계를 해체하려 한다.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불필요한 위계를 없애는 흐름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경계가 해체될 때, 사회는 기준 없는 상태로 빠지기 쉽고, 결국 ‘무엇이 옳은가’라는 질문조차 사라지는 구조로 흘러간다.

교육 현장을 예로 들어보자.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는 이전보다 훨씬 수평적이 되었고, 이는 권위주의적인 방식의 교육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동시에 교사의 지도권은 약해졌고, 학습 중심의 질서보다는 관계의 피로감과 불신이 먼저 언급된다.

가정에서도 부모와 자녀의 경계는 느슨해지고 있으며, 공공장소에서는 어른과 아이 사이의 행동 기준이 모호해졌다. 표현의 자유가 강조되면서 공영방송, 예술, 온라인 콘텐츠 등에서 과거에는 허용되지 않던 언어와 시각이 점점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기준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감각의 무뎌짐을 가져온다.

법과 제도 역시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남녀의 성별 구분은 행정상 자율 선택이 가능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고, 군 복무 제도와 같은 전통적 의무도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답게 살 권리’, ‘경계를 넘을 자유’, ‘누구든 될 수 있다’는 서사는 더 이상 특정 집단의 외침이 아니다.

이는 전 사회적 흐름이 되었고, 정치와 법, 교육, 문화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그러나 기준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설 것인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자유는 늘 책임과 함께 주어지는 가치이며, 경계는 단지 제한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질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사회 변화가 아니라, 시대적 구조의 전환으로 읽힐 수 있다. 기준이 없는 시대는 결국 다수의 감정과 집단의 흐름이 판단 기준이 된다. 가장 큰 소리를 내는 이들이 정의를 정의하고,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의견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구조 속에서, 조용한 진실은 설 자리를 잃는다.

경계가 모호해지면, 책임도 모호해지고, 책임이 모호해지면 결국 진실은 불투명해진다. 경계를 넘는 자유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자유가 공동체 전체를 향한 책임의식 없이 흘러갈 때 사회는 점차 균형을 잃는다.

성경은 질서의 책이다.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 회복의 모든 과정 속에는 경계가 분명히 설정되어 있다. 낮과 밤, 하늘과 땅, 선과 악, 생명과 죽음, 남자와 여자. 이 경계들은 단지 구분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지켜주는 하나님의 방식이었다.

예수께서도 “하나님의 뜻은 진리로 거룩하게 되는 것”이라 하셨고, 사도 바울은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경계 없는 자유는 신앙 안에서도 위험한 발상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니 괜찮다’는 논리는 결국 ‘하나님이 말씀하신 질서’를 벗어나는 첫 걸음이 되기 쉽다.

지금 한국 사회는 선택의 자유는 많아졌지만, ‘이것이 맞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줄어들고 있다. 모두가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고, 다르게 살 수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경계는 필요하다.

신앙은 이 경계를 지켜주는 영적 나침반이 되어야 하며, 교회는 세상에 분별과 책임을 회복시키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자유는 선물이지만, 방향 없는 자유는 결국 공동체를 해체시킨다.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수용’이 아니라, ‘무엇이 공동체를 살리는가’를 향한 분명한 분별력이다.

기준을 지키는 사람만이 자유를 지킬 수 있다

경계를 잃은 시대는 매력적이다. 더 많은 가능성과 더 많은 다양성, 더 넓은 수용의 공간을 약속한다. 그러나 경계는 공동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며, 기준은 사회를 살아 있게 하는 중심축이다.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단지 경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경계를 통해 지켜졌던 가치들이다. 기준을 지키는 사람만이 진짜 자유를 지킬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시대에 교회가 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사명이다.

 

작성자: 이시온 | 매일말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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