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는 본능처럼 스마트폰을 먼저 확인한다. 쌓인 알림, 문자, 뉴스, 날씨, 오늘의 일정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커피를 내리고, 급히 출근 준비를 하며, 머릿속은 이미 바쁘게 돌아간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간다. “아, 오늘은 아직 기도하지 않았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뭐, 오늘은 별일 없으니까 괜찮겠지.”
하지만 정말 괜찮은 걸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기도를 ‘특별한 날’에만 필요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병원에 가야 할 때, 중요한 면접을 앞두었을 때, 마음이 무너질 듯 외로울 때, 그럴 때만 무릎을 꿇는다. 그 외의 날들은 ‘기도 없이도 살아도 되는 날’로 분류되어 버린다. 신앙이 위급한 순간에만 동원되는 ‘비상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기도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단지 위기의 해결사가 아니라, 삶 전체의 동행자이기 때문이다. 기도는 위기에 대비하는 보험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내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분이 함께 계시기 때문에 기도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일상은 기도로 채워져 있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은 수시로 기도하셨다. 피곤한 하루를 보내신 후에도, 무리를 고치신 직후에도, 사역의 분주함 가운데서도 늘 조용히 물러나 기도하셨다. 누가복음 5장 16절은 이렇게 말한다. “예수는 물러가사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시니라.” 예수님은 삶의 ‘틈’마다 하나님과 연결되었다.
우리는 이 말씀을 종종 간과한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 그분은 능력을 지니셨고, 스스로도 완전한 분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가 필요하셨다.’ 이것은 곧, 인간인 우리가 ‘기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보여준다. 예수님이 기도하셨다면, 우리는 더더욱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앙이 깊어진다는 건, 기도의 주제가 바뀌는 것이다
처음에는 문제 해결이 목적이었다. 아프니까 기도했고, 힘드니까 매달렸고, 막막하니까 하나님을 찾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기도의 목적이 ‘하나님의 응답’에서 ‘하나님 자신’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응답을 구하던 기도가 점점 “주님, 오늘도 함께 해 주세요”라는 단순한 고백으로 바뀌어 간다. 이 고백은 문제와 무관하게 드려진다. 하루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늘 특별하시기 때문에.
때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으로 드리는 기도도 있다. 기도가 되지 않아 그저 눈물로 앉아있는 시간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말보다 중심을 보신다. 기도는 정확한 표현이나 세련된 문장이 아니라, 하나님께 향한 마음의 방향성이다. 오늘도 그분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하나님께 기쁨이 된다.
기도의 자리는 매일의 자리다
기도는 일상의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아침 식사 전에,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일하다가 눈을 감는 짧은 순간에도, 우리는 하나님께 말을 걸 수 있다. ‘항상 기도하라’(데살로니가전서 5:17)는 말씀은, 무릎 꿇고 손을 모으라는 말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하나님을 의식하며 사는 삶을 뜻한다.
기도를 잊지 않기 위해 특별한 공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자동차 안, 사무실 책상 앞, 설거지를 하며, 아이를 재우며, 그 어떤 장소도 기도의 자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시간이나 장소보다 그 순간, 내 마음이 하나님을 향하고 있는가이다.
기도는 믿음의 호흡이다
숨을 쉬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듯, 기도하지 않으면 믿음은 약해진다. 처음에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날 말씀도 잘 들리지 않고, 예배도 공허하며, 마음에 평안이 사라졌다면 그건 ‘기도하지 않은 증상’일 수 있다. 믿음은 말씀이 자라고, 기도로 유지된다. 기도가 멈추면, 서서히 영혼이 말라간다.
하나님은 기도를 통해 우리의 중심을 만지신다. 기도는 응답을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를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니 기도에 성공하려 하지 말고, 기도에 머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기도의 자리에 앉는 것, 그 자체가 하나님께는 귀한 순종이 된다.
결론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하는 기도
“오늘은 별일 없으니까 기도 안 해도 돼.” 이 말은 곧 “하나님, 오늘은 내가 알아서 살게요”라는 말과 같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아무 일 없는 하루도 하나님의 은혜요, 기도해야 할 이유가 되는 날이다. 기도는 ‘하루의 마무리’가 아니라, 하루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기도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없다. 모든 날, 모든 순간,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며, 점심에 지치며, 저녁에 무너질 때마다 우리는 기도할 수 있다. 그것이 믿음이다. 그것이 신앙인의 호흡이다. 그리고 그 기도 속에서 하나님은 말씀하시고, 동행하시고, 우리를 변화시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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