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평생을 함께하는 여정이다. 특히 기독교 가정에서는 부부가 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섬기고 믿음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교회는 함께 다니지만 말씀에 대한 반응이 다르고, 기도 생활에 온도 차가 있고, 자녀 교육이나 재정 문제 등에서 신앙 기준의 충돌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신앙 이야기’를 꺼냈을 때 대화가 깊어지기보다 오히려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그리스도인 부부가 ‘믿음 안에서 하나 되는 삶’을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바로 ‘신앙 대화의 방식’이다. 본 글은 부부 사이에서 믿음을 주제로 건강한 대화를 나누기 위한 실제적인 6가지 습관을 제안한다.
1. ‘가르치려는 말’보다 ‘나누려는 말’을 선택하라
많은 부부가 신앙 대화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이유는, 한 쪽이 다른 쪽을 설득하거나 교정하려 들기 때문이다. “말씀대로 살아야지”, “기도 좀 하라니까” 같은 말은 옳은 말이지만 듣는 이에게는 ‘지적’으로 느껴진다.
신앙 대화의 핵심은 나누는 것이다. “나는 오늘 이런 말씀을 읽었는데, 마음이 이렇게 반응됐어”, “이런 기도를 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와 같은 방식은 상대에게 판단 없이 마음을 열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믿음은 명령이 아니라 고백으로 전해질 때 더 깊은 연결을 만든다.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욕심보다, 나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
2. ‘정답’이 아니라 ‘공감’을 먼저 하라
신앙 대화에서 “그건 믿음이 부족해서 그래”, “말씀대로 하면 되잖아” 같은 반응은 사실을 말하는 것 같지만,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다.
성경은 위로와 권면의 말씀으로 가득하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감정을 먼저 들으신다. 요한복음 11장에서 예수님은 나사로의 죽음을 앞에 두고 먼저 우는 마르다와 마리아의 감정을 받아주셨다.
부부가 신앙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감정의 공감이 없다면 말씀도 들리지 않는다. 상대의 고충과 아픔, 회의와 두려움을 먼저 들어주고, “그럴 수 있겠다”, “그 상황이면 나도 힘들었을 것 같아”라고 반응하는 것이 대화의 시작이다.
3. 기도는 대화의 끝이 아니라 중간에 넣어라
신앙에 대한 대화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기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부부가 기도를 대화의 ‘결론’이나 ‘형식적인 마무리’로만 사용한다.
오히려 갈등이 있을 때,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또는 서로의 말이 닿지 않을 때 짧은 기도를 시도해보자. “지금 우리 생각이 많이 다른데, 잠깐 같이 기도하고 다시 얘기할까?”라는 제안은 관계를 단절시키지 않으면서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기도는 의견을 누르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마음을 다시 하나님께 향하게 하는 안전지대다. 자주 함께 기도하는 부부는 서로의 생각보다 하나님의 마음을 더 자주 기억하게 된다.
4. 신앙의 차이를 ‘믿음 없음’으로 단정하지 말라
같은 교회를 다니고, 같은 말씀을 들어도 각자의 영적 상태는 다르다. 아내는 새벽기도를 즐겨 하지만 남편은 기도 자체가 어렵고, 남편은 성경공부를 좋아하지만 아내는 말씀보다 묵상과 찬양에 더 집중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차이를 쉽게 “믿음이 약해서 그래”라고 판단하면 상대는 마음을 닫게 된다. 신앙은 성장의 속도가 다르고, 은혜의 방식도 다르다. 고린도전서 12장처럼 은사는 다양하며, 하나님은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다가가신다.
부부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의 신앙을 성장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신앙의 차이를 ‘결핍’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수용할 때 대화는 열리고, 관계는 깊어진다.
5. 자녀와 가정을 위한 말씀 나눔을 정기화하라
많은 가정에서 신앙 대화는 사건이 생겼을 때만 일어난다. 자녀 문제, 경제적 어려움, 건강 문제 등이 발생하면 그때서야 말씀을 나누고 기도를 시작한다.
그러나 신앙 대화는 일상의 루틴이 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주 1회, 혹은 하루 5분이라도 자녀와 함께하는 가정 예배 시간이나 부부 말씀 묵상 공유 시간을 정기화하는 것이 좋다.
“오늘 본 말씀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은?”, “오늘 기도할 제목은 뭐야?” 같은 짧은 질문만으로도 영적 대화는 시작된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부부의 일상 안에 자리 잡을 때, 믿음은 자연스럽게 가정 전체에 흘러가게 된다.
6. 실패와 연약함도 믿음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신앙 대화는 ‘은혜로운 이야기’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주는 말씀도 잘 안 읽혀졌어”, “기도할 마음이 안 생기더라”는 솔직한 고백이 부부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부부가 서로에게 ‘완벽한 신앙인’이기를 기대하면, 실패를 숨기게 되고 외면하게 된다. 그러나 서로의 연약함을 믿음 안에서 나눌 수 있을 때, 하나님의 은혜는 그 자리에 임한다. 야고보서 5장 16절은 “서로 죄를 고백하며 병 낫기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말한다.
서로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기도하는 부부는 단단하고 오래 간다. 신앙은 승리만의 기록이 아니라, 회복의 과정이다.
믿음은 혼자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이다
결혼은 믿음의 동반자와 함께 걸어가는 삶이다. 그러나 신앙은 저절로 하나 되지 않는다. 매일의 대화 속에서 말씀을 중심에 두고, 기도 가운데 서로를 세워줄 때 부부는 하나님의 뜻 안에서 하나 되어간다.
싸우지 않고, 지적하지 않고,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믿음을 나누는 대화 습관. 그것이 오늘날 기독교 가정이 회복해야 할 소중한 영적 루틴이다. 하나님은 부부의 연합을 통해 복을 주신다. 그리고 그 복은 대화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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