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건강 실전정보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거나 오래 서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리 저림은 흔한 증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히 혈액순환 문제로 여기고 넘기지만, 반복적으로 저림이 발생하거나 야간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 이는 단순한 순환 문제를 넘어 신경계 이상이나 근골격계 질환의 초기 증상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중년 이후 다리 저림 증상이 반복될 경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조기 진단을 통해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 통계에 따르면, 다리 저림을 주소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 원인도 매우 다양하다. 말초혈관의 문제일 수도 있고, 척추 신경의 압박, 내분비계 질환, 심지어는 뇌질환까지도 다리 저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칭 부족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원인 범위가 생각보다 넓고 깊다.
1. 오래 서 있지 않았는데도 저리다면 ‘신경 압박’ 가능성부터 의심
다리 저림이 단순한 혈액순환 장애가 아니라 신경의 압박에 의한 것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가장 흔한 것이 ‘척추관 협착증’과 ‘좌골신경통’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 뼈 사이의 공간이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리는 질환으로, 보통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의 저림, 당김, 감각이상이 함께 나타난다.
이 질환의 특징은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증상이 덜하다가, 걸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을 주는 ‘보행 장애’ 현상이다. 반면, 좌골신경통은 허리에서 엉덩이, 다리 뒤쪽을 타고 내려오는 좌골신경이 눌릴 때 발생하며, 특히 한쪽 다리에서 저림과 찌릿한 방사통이 강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신경성 다리 저림은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더 심해지거나, 허리를 숙였을 때 증상이 심해진다. 병원에서는 X-ray나 MRI를 통해 척추의 구조를 확인하고, 물리치료, 약물치료, 필요 시 주사 치료나 수술까지 고려된다. 단순히 혈액순환제나 파스 등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신경 압박 여부를 먼저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2. 밤에 특히 심하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일 수도 있다
밤에 누우면 다리가 저리고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며, 잠들기 어렵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증상은 특히 저녁 시간 이후 혹은 수면 중 다리에 불쾌감이나 이상 감각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며, 자꾸 다리를 움직이고 싶다는 충동이 동반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철분 결핍, 도파민 대사 이상, 유전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중년 여성과 노년층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특히 이 증상은 수면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며, 만성 피로와 집중력 저하, 우울감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이 질환이 단순한 혈액순환 문제로 오인되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수면클리닉이나 신경과에서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며, 철분 수치 측정과 함께 약물치료, 수면 위생 개선이 병행된다. “다리가 저려서 밤잠을 설친다”는 표현이 반복된다면 이 증상을 의심해야 한다.
3. 혈관이 당기고 발이 차가우면 ‘말초혈관질환’ 가능성
손발이 쉽게 차고, 다리가 저리면서 걷다가 종아리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 말초혈관질환(PAD)을 의심해야 한다. 이는 다리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가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대표적인 동맥경화성 질환 중 하나다.
이 증상은 특히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고혈압 등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간헐적 파행”**이라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이는 일정 거리 이상 걸으면 다리에 통증이 생겨 멈추게 되고, 잠시 쉬면 통증이 가라앉는 현상으로, 혈관 협착이 원인이다.
PAD는 조기에 진단하지 않으면 조직 괴사나 절단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증 질환이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발목-상완 혈압 지수(ABI) 검사나 혈관 초음파 등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치료는 약물치료와 혈관 재개통 시술이 병행된다. 단순한 혈액순환제 복용으로 해결되지 않는 저림 증상이라면, 반드시 혈관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
4. 전신 피로, 체중 감소, 당뇨병 이력 있다면 ‘말초신경병증’
말초신경병증은 신경 자체에 손상이 생겨 감각 이상이나 저림이 나타나는 상태로,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당뇨병이다. 당뇨병 환자의 약 30% 이상이 신경병증을 경험하며, 특히 다리에서 시작해 점차 손까지 번지는 대칭적 저림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신부전,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비타민 B12 결핍, 자가면역질환 등도 말초신경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단순히 다리가 피곤해서 생긴 저림이라고 여기기에는, 증상이 매우 조직적이고 반복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저림 외에도 ‘타는 듯한 통증’, ‘바늘로 찌르는 느낌’, ‘무감각’ 등이 나타난다면 말초신경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좋다.
치료는 원인 질환의 조절과 함께 신경 안정제, 항경련제 계열의 약물, 물리치료 등이 병행된다. 이 질환은 조기에 관리하지 않으면 신경 회복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반복적인 다리 저림이 있을 경우 반드시 내과 또는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언제 병원을 가야 하는가? 저림의 지속성과 양상이 핵심
다리 저림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부위에서 발생하거나, 1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점점 심해진다면 병원을 가야 할 시점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 밤에 잘 때 저림이 심하고 수면에 방해가 된다
• 앉았다 일어날 때 혹은 걷는 도중 통증이나 저림이 심하다
• 한쪽 다리만 저리고, 감각이 떨어지거나 당기는 느낌이 강하다
• 다리 외에 손이나 발끝 등 다른 부위도 함께 저린다
• 저림과 함께 체중 감소, 피로감, 발열 등이 동반된다
진료 과목은 증상에 따라 다르다. 단순 근육통과 감별이 어려울 경우는 정형외과, 신경학적 원인이 의심되면 신경과, 혈관 이상이 의심되면 순환기내과나 혈관외과를 우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다리 저림은 흔한 증상이지만, 그 원인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특히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자주 반복되거나, 수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해질 경우는 반드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증상 패턴을 인식하고, 단순히 ‘혈액순환 안 되는 거겠지’ 하는 식으로 넘기지 않는 태도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는, 큰 질환의 전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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