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장 28절은 많은 신자들이 인생의 위기나 이해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반복적으로 붙드는 말씀이다.
그러나 이 구절은 단지 ‘좋게 될 거야’라는 긍정의 언어가 아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의 모든 조각들을 하나도 낭비하지 않고 결국에는 당신의 뜻 안에서 선으로 엮어내신다는, 깊고 신비한 섭리의 고백이다. 바울은 이 말씀을 로마의 박해가 점점 더 거세지던 시기, 불확실한 현실을 마주한 교회 공동체를 향해 기록했다.
그들에게 이 말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현실을 직면하면서도 하나님 안에서 해석할 수 있는 신학적 눈을 열어주는 선언이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이 구절은 고통을 견디는 원동력이자, 예기치 못한 여정을 이해하는 성경적 관점이 된다.
‘모든 것’에는 고통도 포함된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이 구절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단어는 ‘모든 것’이다. 원어 성경에서도 이는 예외 없는 전부를 뜻하는 표현으로, ‘좋은 일’이나 ‘하나님이 축복하신 사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 배신, 눈물, 후회, 질병, 죽음의 위기, 실직 같은 것들까지 포함된다. 바울은 일부 선택된 사건만이 아니라, 전 생애의 전체 흐름을 엮어서 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고통과 실패를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지만, 하나님은 그런 것들조차도 당신의 계획 안에 연결시키신다. 마치 퍼즐의 조각처럼, 각기 흩어져 있는 우리의 경험들을 하나로 맞추셔서 결국 선한 그림을 그려내시는 것이다.
우리의 시야로는 조각밖에 볼 수 없지만, 하나님의 시선은 그 전체를 본다. 그러므로 ‘모든 것’에는 반드시 지금 이해할 수 없는 것도 포함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바로 은혜의 이야기로 전환될 수 있는 재료다.
합력은 즉시가 아니라 과정이다
‘합력한다’는 단어는 헬라어로 ‘시네르게이’에서 왔다. 이는 서로 다른 요소들이 협력하여 함께 작용한다는 뜻이다. 중요한 점은 이 협력이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섭리는 즉시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과정 속에서 천천히 선을 이뤄간다. 어떤 일은 10년 후에야 그 의미가 드러나고, 어떤 만남은 시간이 지나서야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음을 깨닫는다. 인간은 빠른 결과를 원하지만, 하나님은 완전한 결과를 이루시는 분이시다. 믿음은 하나님이 지금도 보이지 않는 중에 일하고 계심을 신뢰하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 안에 갇혀 있지만, 하나님은 시간 바깥에서 모든 것을 다스리신다. 지금 당장은 이해할 수 없고,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는지 해석되지 않더라도, 하나님은 우리 삶의 뒤엎어진 조각들 속에서도 선을 만들고 계신다. 이것이 바로 ‘합력’의 신비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에게만 주어진 약속이다
로마서 8:28은 아무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 선언이 아니다. 이 구절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만 주어진 약속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그 뜻을 따라 살아가려는 이들에게만 이 약속은 유효하다.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고 그분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자에게는 이 말씀이 단지 좋은 말에 불과하다.
하지만 하나님을 중심으로 두고 살아가는 이들은, 실패 속에서도 하나님의 손길을 믿는다. 그들은 고통 속에서도 그분의 섭리를 신뢰한다. 사랑하는 자는 의심보다 순종을 선택하고, 계산보다 신뢰를 앞세운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단지 외적인 위로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누리는 신자의 특권이다.
나의 삶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고, 그분은 나를 사랑하시며, 결국 나를 위해 가장 선한 길로 이끄신다는 확신. 이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의 신앙이다.
선이란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다
우리는 종종 ‘선’을 내가 원하는 결과, 좋은 감정, 성공적인 결말로 이해한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선은 그것보다 훨씬 깊고 크다. 하나님의 선은 단지 인간의 행복이나 안정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고, 우리의 영혼이 변화되며,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어떤 고난은 우리를 깨뜨리지만 동시에 더 깊은 기도의 사람으로 만든다.
어떤 상실은 우리를 낙심시키지만, 결국 더 단단한 믿음의 뿌리를 내리게 한다. 하나님의 선은 때때로 우리의 고통을 통과해서 온다. 하지만 그 선은 언제나 결과적으로 나를 살리고, 나를 변화시키며, 나를 하나님과 더 가깝게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황을 보고 선악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보고 모든 것을 해석해야 한다.
신자는 결과를 해석하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 안에서 해석한다.
선하신 하나님을 믿는다면, 지금도 선을 믿어야 한다
삶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좌절, 질병, 실패,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무너지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붙들어야 할 진리는 단 하나다. “하나님은 선하시다.” 그리고 그 하나님이 나의 인생을 주관하신다면, 지금 이 상황도 결국은 선으로 바뀔 것이다. 바울은 단순히 ‘잘 될 거야’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수없이 맞고, 감옥에 갇히고, 동족에게 배신당하며 이 고백을 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이 말씀은 지금도 유효하다. 내 인생의 깨어진 조각들, 실패한 선택들, 원치 않았던 계절들, 그 모두를 하나님은 사용하신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통해 결국 선한 열매를 맺게 하신다.
오늘 이해할 수 없어도, 결국 하나님이 설명하실 날이 올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묻는다. “하나님은 선하신가?” 그리고 믿음으로 답해야 한다. “그렇다. 하나님은 여전히 선하시며, 모든 것을 선으로 바꾸시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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