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는 연결의 시대다. 인간과 기계, 사람과 시스템, 국가와 권력 사이를 연결하는 기술은 날마다 진보하고 있고, 그 기술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편리함의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고 있다.
‘연결’은 자유의 도구로 포장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자유가 아니라 통제를 위한 전제가 숨어 있다.
기술은 중립이라는 신화를 입고 전 세계를 재설계하고 있으며, 그 표면은 투명해 보이지만 그 목적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되는 이 흐름 속에서, 우리는 더 편리해졌지만 더 자유로워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지금의 시대는, 모든 것이 연결된 만큼 더 철저히 관리되고, 더 깊이 통제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건강, 교육, 통신, 소비, 위치 정보까지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다. 우리는 로그인 한 번으로 수십 개의 사이트를 넘나들며, 클라우드에 저장된 단 한 줄의 암호로 생존을 유지한다. QR코드 하나, 생체인식 하나, 메타데이터 하나가 사람의 정체성과 이동, 사적 감정, 구매 성향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이 모든 흐름은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환영받고 있고, 그 기술을 거부하는 사람은 비효율적이고 시대에 뒤처진 존재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기술이 모든 것을 연결하면 연결할수록, 통제 또한 모든 틈을 따라 확장된다. 연결은 곧 노출이고, 노출은 곧 조정 가능성을 의미한다.
기술은 중립이 아니다, 의도를 품은 도구다
많은 사람들은 기술이 본래 중립적인 것이며,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의도에 따라 선하거나 악하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한 기술은 그 수준을 넘어섰다. 이제 기술은 단순히 ‘사용의 도구’가 아니라, ‘인식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무엇이 편리한가, 무엇이 안전한가, 무엇이 윤리적인가에 대한 기준조차 기술에 의해 정의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피하기 위해 ‘누구를 먼저 죽일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논의는, 이미 기술이 인간의 윤리 위에 놓였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선택을 ‘예측’하고 있으며, 그 예측은 다시 인간의 선택을 유도한다. 추천 알고리즘은 내 취향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내 취향을 조종한다. 그 안에서 인간은 점점 더 자율을 잃어가고 있고, 선택은 다양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몇 개의 거대한 흐름 안에서만 작동하고 있다.
이런 세계 속에서 인간은 선택의 주체가 아니라 선택당하는 객체로 전락한다. 기술은 사람을 도우려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분석하고 구조화하여 관리하려는 질서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하나로 통합된 세상은 더 공정할까, 더 안전할까?
지금의 세계는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들고자 한다. 단일 언어, 단일 화폐, 단일 규범, 단일 윤리를 추구하는 흐름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UN, WHO, IMF, WEF 같은 초국가적 기구들이 내놓는 선언과 규제들은 더 이상 국가의 경계를 따르지 않고, 한 방향으로 통일된 세상을 상정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술이 있다.
국가 단위의 정부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시스템과 데이터 기반의 국제 규제가 실질적인 통치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 흐름은 디지털 신원 인증과 통합 사회신용제도의 도입을 통해 더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하나로 통합된 질서는 정말 공정한가? 공정이라는 개념은 누가 정의하고, 어떤 기준으로 유지되는가? 기술적 안전이 강화될수록 개인의 자유는 제한된다. 더 안전한 사회가 곧 더 인간적인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편리함과 연결의 결과가 결국, 하나님 없는 질서, 진리 없는 윤리, 인간 중심의 통제 시스템으로 귀결된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연결되고 있는가를 다시 물어야 한다.
신자는 이 시대의 연결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신자는 이 흐름 속에서 현실을 두려워하기보다 분별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가리키는 방향을 인식하고, 거기에서 내 신앙의 자리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인류가 스스로 질서를 만들려다 무너진 바벨탑의 역사를 안다.
그들은 ‘흩어짐을 면하기 위해’ 탑을 쌓았고, ‘우리 이름을 내기 위해’ 도성을 구축했다. 오늘의 세계도 같다. 연결을 통해 흩어짐을 막고, 기술을 통해 이름을 남기고자 한다. 그러나 하나님 없는 연결은 결국 교만이고, 하나님 없는 질서는 결국 우상이 된다.
그러므로 신자는 모든 연결 앞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연결은 나를 더 자유롭게 하는가, 아니면 더 조종 가능하게 만드는가? 이 기술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게 돕는가, 아니면 내 자율을 빼앗아 믿음을 흐리게 하는가? 지금의 질서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욕망 위에 세워지고 있다면, 우리는 말씀의 기준으로 그것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단절이 아닌 구별, 거절이 아닌 분별. 신자는 세상과 등을 돌리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진리를 드러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진리는 오직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
작성자: 이시온 | 매일말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