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잠언 3장 6절)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매일 우리는 수많은 판단과 결정 앞에 놓인다. 어떤 진로를 택할지,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을지, 어떤 일을 포기하고 무엇을 붙들어야 할지… 때로는 큰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결정 앞에, 때로는 사소해 보이지만 나중에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선택 앞에 선다. 그때마다 우리는 길을 묻는다. 어떻게 해야 옳은지를 고민하고, 어디로 가야 실패하지 않을지를 염려한다. 성경은 이 모든 인생의 갈림길에서 딱 한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즉,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모든 일 가운데 하나님을 의식하고, 인정하며, 그분을 우선순위로 삼으라는 말씀이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길을 ‘지도하시리라’고 약속하신다. 이 말씀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진짜 길을 아시는 분께서 우리 삶을 직접 인도하시겠다는 확실한 약속이다.
‘범사’라는 말은 선택적으로 하나님을 인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일, 신앙적인 일, 거룩한 일만이 아니라, 일상 속의 모든 순간까지 포함된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회의 중의 결정, 친구와의 대화, 가정에서의 태도, 경제적인 선택, 진로의 방향까지. 어떤 것은 너무 사소해 보여서 기도할 필요가 없어 보이고, 어떤 것은 너무 무거워서 기도조차 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구분을 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우리가 가장 평범하게 여기는 순간에도 그분은 함께 계시며, 우리가 가장 염려하는 문제 속에서도 그분은 계획하고 계신다. ‘인정하라’는 말은 단순히 존재를 인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그분이 주권자임을 고백하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이 문제의 결정권자이심을 받아들이고, 그분께 주도권을 내어드리는 것이다. 그러한 인식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점점 자신의 뜻보다 하나님의 인도를 신뢰하게 되고, 그 믿음은 결국 길을 내신다.
하나님의 인도는 우리의 신뢰 위에 펼쳐진다
잠언 3장 6절은 사실 5절과 함께 읽을 때 더 온전한 의미를 가진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인간적인 판단과 계산을 앞세우기보다,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하라는 이 말씀은 현대인의 삶에 매우 도전적이다. 우리는 너무도 익숙하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린다. 데이터와 통계, 주변 사람들의 조언,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물론 하나님은 우리의 지성과 이성을 무시하라고 하지 않으신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우리의 명철이 언제든 틀릴 수 있고, 우리의 시야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 위에 서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신뢰’라는 믿음의 중심에 설 수 있다.
하나님의 인도는 대부분 즉각적인 길 안내가 아니다. 지금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일이 많다. 오히려 한 걸음씩 내디디면서, 그때그때 하나님께서 빛을 비춰주시는 식이다. 우리가 내일을 다 알지 못해도 괜찮은 이유는, 하나님이 오늘의 걸음을 인도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지도하시겠다는 이 약속은 단순한 방향 제시가 아니라, 직접 붙들고 이끌어주시는 인도하심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인도받았던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도 성령은 매일의 삶에서 인도자의 역할을 하신다. 그분의 음성은 때로는 조용하고, 그 길은 때로는 평탄하지 않지만, 결국 우리가 서야 할 자리에 정확히 도달하게 하신다.
하나님께 길을 맡긴다는 것은 내 의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신뢰할 만한 분께 내 운전대를 내어드리는 것이다. 그 신뢰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말씀에 대한 확신, 기도의 누적, 삶의 경험을 통해 쌓여가는 영적 근육이다. 하나님께 인정받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을 인정하는 삶이 복된 길로 이어진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매 순간 질문하신다. ‘지금 너는 나를 믿고 있느냐? 이 결정 속에서도 나를 인정하겠느냐?’ 그때 우리가 “네, 주님. 이 문제도 주님의 손에 있습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그 순간부터 길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모르지만, 하나님은 길을 아신다
이 말씀은 특별히 인생의 전환점에 선 이들에게 큰 위로와 도전이 된다. 새롭게 일을 시작해야 하거나, 진로를 정해야 하거나, 관계나 가족 문제로 기도하고 있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묻지 않으신다. “어떤 계획이냐?”가 아니라, “내가 너의 계획 속에 포함되어 있느냐?”를 물으신다. 인생의 문제는 정답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정답은 상황에 따라 바뀌지만, 방향은 신앙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는 때로 가장 좋아 보이는 선택이 나중에 가장 위험한 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반대로 이해되지 않았던 선택이 훗날 가장 복된 열매를 맺기도 한다. 그렇기에 하나님을 ‘범사에 인정’하는 습관은 신앙생활의 핵심이다. 그것은 삶 전체를 주님께 위탁하는 지속적 신앙의 훈련이며, 결국 길을 열어 가시는 분은 우리가 아니라 주님이심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 길이 언제나 빠르지는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이 보기엔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항상 가장 정확하다. 우리의 삶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도, 하나님은 하나씩 풀어내실 수 있는 전능하신 분이다. 내가 그분을 신뢰할 때, 그분은 나의 길을 정직하게, 평탄하게, 그리고 가장 복된 방향으로 이끌어주신다. 결국 우리는 내일을 몰라도 괜찮다. 왜냐하면, 내일도 그분이 인도하시기 때문이다.
매일말씀저널 | 성경 한 절
(본문: 잠언 3장 6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