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한 번 무너졌던 바벨탑을 다시 쌓고 있다. 고대의 바벨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늘에 닿고자 했던 인간의 집단적 교만의 상징이었다. 창세기 11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자, 성읍과 탑을 세워서 그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니…”(창 11:4)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중심이었다.
인간은 하나님 없이도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고, 스스로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하늘의 질서를 뒤집으려 했다. 하나님은 이 탑을 흩으셨고, 언어를 나누어 뿔뿔이 흩어지게 하셨다. 그러나 오늘, 이 시대는 다시 그 탑을 쌓고 있다. 이번엔 벽돌이 아니라 코드와 알고리즘으로, 흙이 아니라 실리콘과 인공지능으로.
기술은 진보했지만, 본질은 그대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인류는 지금까지 없던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다. 메타버스, 인공지능, 초연결 네트워크, 디지털 화폐, 글로벌 통합 시스템 등은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하나님 없이 인간의 힘으로 세상을 통제하려는 욕망,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집단적 야망, 스스로 구원이 되려는 이상주의적 유토피아.
인간은 여전히 이름을 내고자 하고, 흩어짐을 면하고자 한다. 오늘날 바벨탑은 더는 눈에 보이는 탑이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세계 속 질서와 시스템 속에 존재하며, 사람들의 일상과 의식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대가 ‘하나의 언어’를 다시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세기에서는 언어의 혼잡을 통해 하나님이 인간의 탑을 흩으셨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다시 하나의 언어로 향하고 있다. 영어가 전 세계 비즈니스와 교육의 공용어가 되었고, 코드와 알고리즘은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게 작동한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은 ‘감정 없는 언어’로 사람과 기계, 그리고 국가와 시스템을 연결하고 있다. 언어만 통합된 것이 아니다. 규범도, 문화도, 금융도 통합되고 있다. 모두 하나의 통제를 향해 가고 있다. 바벨은 다시 쌓이고 있으며, 이번에는 무너지지 않도록 더 정교하게 구축되고 있다.
신자는 이 시대를 어떻게 분별해야 하는가
이런 흐름 속에서 신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먼저 우리는 바벨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 그것은 ‘스스로 위로 올라가겠다’는 인간 중심적 신앙의 실패다. 하나님 없이 하늘에 닿을 수 있다는 믿음은 결국 타락이며, 심판의 전조다. 오늘날 세상은 하나님 없이도 윤리적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진리 없이도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경은 말한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하나님 없이 세운 정의, 하나님 없이 만든 질서, 하나님 없이 설계된 연대는 결국 인간 스스로를 신격화하는 바벨의 재현일 뿐이다.
둘째로, 우리는 세상의 기술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을 분별해야 한다. 기술 그 자체는 선악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누구의 손에 있는가, 무엇을 위해 사용되는가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감시를 허용하고 있으며, 연결이라는 이름 아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의존을 만든다. 시스템은 안전하지만, 동시에 독립성을 앗아간다. 우리가 깨어 있지 않으면, 모르는 사이에 바벨의 한 벽돌로 살아가게 될 수 있다. 깨어 있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니라, 말씀의 눈으로 시대를 해석하는 것이다.
셋째로, 신자는 다른 탑을 쌓아야 한다. 바벨이 하늘로 올라가려 했다면, 우리는 하늘의 뜻을 이 땅에 이루는 탑을 세워야 한다. 그것은 말씀의 삶이다. 세상이 자랑하는 탑은 눈에 띄지만, 하나님의 탑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탑은 예배의 자리에서 세워지고, 말씀을 붙드는 가정에서 세워지며, 진리를 따라 사는 한 사람의 삶 속에서 조용히 높아진다.
하나님은 바벨을 무너뜨리셨지만, 예루살렘 성은 지키셨다. 인간이 세운 탑은 무너지지만, 하나님이 세우신 집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앞서, 그 흐름의 본질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흐름에 맞서는 말씀의 진리로 삶을 건축해야 한다.
이 시대는 바벨을 찬양한다. 통일, 효율, 편리, 발전을 외치며 하늘을 향한 새로운 구조물을 쌓고 있다. 그러나 하늘은 인간의 손으로 닿는 곳이 아니다. 하나님 없는 연대는 흩어질 것이고, 하나님 없는 질서는 무너질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하나님은 여전히 하늘에 계시며, 그분의 뜻은 여전히 땅에 임하기를 원하신다. 바벨을 따라 쌓을 것인가, 말씀 위에 세울 것인가. 지금은 각자의 탑을 점검할 시간이다.
작성자: 이시온 | 매일말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