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믿는데, 자녀는 떠난다 – 세대 간 신앙 단절에 대한 성경의 시선

한국 교회는 지금, 눈에 띄지 않지만 심각한 위기와 맞닥뜨려 있다. 주일 예배당은 여전히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한 세대가 있다. 바로 ‘믿음의 자녀들’이다. 부모 세대는 여전히 교회에 출석하고 예배를 드리지만, 자녀 세대는 점점 신앙 공동체에서 이탈하고 있다. 더 이상 다음 세대의 문제는 ‘청소년부가 줄고 있다’는 식의 단순한 통계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신앙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단절이라는 본질적인 위기를 의미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10~20대의 복음화율은 3%대에 머물고 있으며, 전국 주요 교회의 청소년부와 청년부 예배는 점점 축소되거나 통폐합되고 있다. 과거에는 주일학교가 넘쳐나 교회마다 교육관 확장을 고민했지만, 이제는 ‘주일학교의 존속 여부’가 목회 계획의 고민이 되었다. 젊은 세대의 이탈은 단순히 교회의 인기 하락이 아니다. 그 안에는 ‘신앙의 전달이 실패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가 담겨 있다. 문제는, 이 이탈이 ‘가정’이라는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앙 전수의 핵심은 교회가 아닌 가정이다

신앙 교육의 중심이 교회에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경은 오히려 신앙 전수의 주체를 ‘부모’에게 두고 있다. 신명기 6장 6~7절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이든지 길을 갈 때이든지 누워 있을 때이든지 일어날 때이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즉, 신앙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 프로그램 속에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녹아드는 삶을 통해 자녀에게 심겨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가정에서 이러한 성경적 전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모는 주일 아침에만 신앙을 말하고, 평일에는 말씀과 기도가 자리 잡지 못한 채 바쁜 삶에 매몰된다. 자녀들은 부모의 신앙을 ‘예배 출석’ 정도로 인식하거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모습으로 경험하게 된다. 결국 아이들은 신앙을 ‘진리’가 아닌 ‘형식’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독립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교회를 떠난다. 이는 특정 세대의 반항이 아니라, ‘신앙의 문화가 가정에서 실종된 결과’다.

디모데는 어머니 유니게와 외조모 로이스에게서 믿음을 전수받았다(딤후 1:5). 이는 단순한 혈연 관계를 넘어서, 신앙이 어떻게 한 가정의 역사 속에서 지속되고 계승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바울은 디모데의 믿음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 뿌리가 가정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오늘날에도 교회가 이런 다음 세대의 신앙 인물들을 세우기 원한다면, 먼저 그들이 자라나는 가정의 토양을 다시 살펴야 한다.

가정이 복음의 첫 강단이 될 때, 교회는 자라난다

많은 교회가 다음세대 사역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청년부가 비어가고, 주일학교가 줄어들고, 교회 내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다음세대를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안이 대부분 ‘더 나은 프로그램’이나 ‘더 감각적인 콘텐츠’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복음은 스토리텔링이나 시각적 매체로 감각적으로 포장되어야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복음은 여전히, 진실한 삶과 말씀 위에 세워진 관계 속에서 전수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먼저 가정을 신앙의 중심지로 다시 세워야 한다. 가정이 말씀을 읽고, 기도를 실천하고, 신앙에 대해 대화하는 장소가 될 때, 교회는 비로소 다음세대를 품을 준비가 된 것이다. 교회는 부모 세대를 위한 신앙 훈련과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어떻게 신앙을 나누고 살아낼지를 고민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자녀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신앙의 가정화를 위한 본질적인 작업이다.

가정이 복음의 첫 강단이 될 때, 교회는 다시 자라난다. 교회가 아무리 훌륭한 설교와 교육 시스템을 갖췄다 해도, 가정에서 말씀을 잃어버린 아이는 결국 공동체 안에 뿌리 내릴 수 없다. 아이는 부모의 삶을 통해 하나님을 배우며, 그 하나님과의 관계를 인격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결국 교회의 미래는 교회 안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시작된다.

세대 간 신앙의 단절은 현실이다. 그러나 복음은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을 제시한다. 지금부터라도, 한 가정이 말씀 앞에 정직하게 서기로 결단한다면, 다시 그 믿음은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자녀와의 대화 속에 말씀을 담고, 식탁 앞에서 짧게라도 기도하며, 일상의 흐름 속에서 신앙을 살아낸다면 그 자녀는 언젠가 그 믿음을 되물릴 것이다. 교회는 그 여정을 함께하는 공동체로서, 가정과 손잡고 다음세대를 세워야 한다. 하나님은 여전히 세대를 잇는 하나님이시며, 믿음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유산이다.

매일말씀저널 | 오늘의 세상, 말씀의 시선

(본문 참고: 신명기 6:6-7 / 디모데후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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