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이 한 구절은 성경 전체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말씀 중 하나이자, 많은 성도들이 인생의 고비마다 붙들어온 말씀이기도 하다. 단순한 구절이지만, 그 안에는 하나님의 보호하심, 공급하심, 인도하심에 대한 신뢰가 응축되어 있다. 다윗은 이 고백을 아무 일 없는 평탄한 시기에 한 것이 아니다.
그는 광야를 떠돌았고, 왕으로 기름부음 받았음에도 오랜 시간 도망자 신세였으며, 가족과의 갈등과 전쟁, 배신과 질병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부족함이 없다”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외적인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었다.
이 구절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묻는다. 무엇이 우리 삶의 만족을 결정짓는가? 소유인가, 환경인가, 아니면 그 모든 것을 초월한 하나님의 임재인가?
하나님은 ‘목자’, 나는 ‘양’이라는 정체성의 고백
시편 23편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라는 개인적 선언으로 시작한다. 하나님을 ‘전능자’나 ‘심판자’가 아니라 ‘목자’로 고백하는 이 구절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다. 당시 이스라엘에서 목자는 단순히 가축을 돌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목자는 양의 생명을 책임지는 보호자였으며, 양은 전적으로 목자에게 의존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였다. 양은 방향 감각이 없고,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며, 먹을 것도 스스로 찾지 못한다.
다윗은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그런 존재임을 고백한 것이다. 하나님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고, 보호와 인도가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존재. 이것이 ‘목자-양’의 관계다. 신앙이란 결국, 내가 누구이며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명확히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다윗은 그 자리에서 “나는 양이고, 주님은 나의 목자”라고 고백했다.
부족함 없음은 상태가 아니라 관계에서 온다
다윗의 고백은 ‘내게 아무 결핍이 없다’는 선언이 아니라, ‘내게 하나님이 계시기에 충분하다’는 고백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결핍’을 말한다. 더 나은 집, 더 많은 돈, 더 안정적인 일자리, 더 건강한 삶. 그러나 성경은 그 모든 조건을 만족시킨다 해도 하나님이 없으면 참된 만족은 없다고 말한다. 반대로, 겉으로는 부족해 보여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선언한다.
다윗이 말한 ‘부족함 없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이 필요한 만큼을 채우시고, 넘어지지 않게 붙드신다는 확신이다. 광야에서도 만나와 물을 공급하셨던 하나님, 까마귀를 통해 엘리야를 먹이셨던 하나님, 오병이어로 수천 명을 먹이셨던 하나님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목자이시다. 우리의 결핍은 상황에서 오지 않고, 믿음 없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목자의 인도는 하루치면 족하다
양은 멀리 보지 못한다. 오직 목자가 앞서 가는 길을 따라 하루치만 걷는다. 다윗이 “부족함이 없다”고 고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내일을 염려하지 않고 오늘 주시는 은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목자이신 하나님은 우리의 인생 전체를 아시며, 그날그날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여신다. 시편 23편은 풀밭과 쉴만한 물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원수 앞에서의 식탁 등 다양한 환경을 묘사한다.
그러나 그 모든 장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목자 되신 주님이 함께하신다’는 것이다. 문제는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누가 함께 걷고 있는가이다. 내일을 보장받지 못하더라도, 오늘 나와 동행하시는 하나님이 있다면 우리는 부족하지 않다. 하나님의 인도는 미래의 불안을 제거해 주지는 않지만, 오늘을 살아갈 확신을 준다. 그래서 믿음은 ‘지금’ 주어지는 은혜에 집중하는 것이다.
부족함 없는 삶은 은혜 안에 머무는 삶이다
신앙의 성숙은 은혜에 대한 만족에서 드러난다. 바울도 고린도후서 12장에서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라는 말씀을 듣고, 더 이상 환경의 변화를 요구하지 않고 그 은혜 안에 머물기로 결단했다. 다윗 역시 같은 고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목자 되시는 삶은, 반드시 ‘부족함 없음’으로 연결된다. 왜냐하면 그분은 완전하시고, 선하시며, 능력이 무한하시기 때문이다. 이 말은 모든 기도가 즉각 응답되고, 모든 문제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가 지속되더라도 그 안에서 지탱되는 영적 공급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목자로 삼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부족함을 채우려 한다. 그러나 인생의 한계 앞에서 우리는 반드시 무너진다. 참된 평안은,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아님을 인정하고, 하나님을 목자로 삼을 때부터 시작된다.
부족함을 느낄 때 다시 돌아봐야 할 단 하나의 관계
우리는 종종 “왜 이렇게 부족할까?”라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상황’을 점검하지만, 성경은 ‘관계’를 점검하라고 말한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멀어졌을 때, 우리는 그 어떤 풍요 속에서도 결핍을 느낀다. 반대로,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누릴 때, 외적으로 부족해 보여도 내면은 충만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 40년 동안 옷이 해어지지 않았고, 발이 부르트지 않았으며, 하늘에서 내려온 만나로 살아갈 수 있었다. 환경은 열악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충분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가가 아니라, 내가 누구와 함께 걷고 있는가를 묻자. 부족함은 물질의 문제가 아니라, 동행의 문제다. 하나님을 나의 목자로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삶은 부족함이 없게 된다.
매일말씀저널 | 성경 한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