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신앙을 결과로 평가한다. 기도한 대로 일이 성사되었는가, 헌신한 만큼 삶이 나아졌는가, 믿음대로 복을 받았는가를 기준 삼는다. 이 논리는 매우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세상의 성공주의와 다를 바 없다.
신앙을 하나님과의 관계로 보지 않고 일종의 영적 거래로 보는 관점이다. 하나님께 열심을 보였으니 반드시 나에게도 좋은 일이 생겨야 한다는 기대가 신앙의 중심을 차지하면, 결과가 지연되거나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때 신앙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성경은 전혀 다른 기준을 보여준다.
하나님은 늘 믿음의 사람들을 ‘결과’보다 ‘방향’으로 평가하셨고, 신앙은 단기 성과가 아니라 지속적인 순종의 자세로 정의된다.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의 장이라 불리는 구절이다. 이 장에서 소개된 믿음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약속받은 것을 당대에 이루지 못한 자들이었다. 성경은 말한다.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히 11:13) 그들은 결과로 신앙을 입증받은 것이 아니라, 방향으로 신앙을 증명했다.
아브라함은 “가라고 한 땅”이 어딘지도 모른 채 떠났고, 노아는 비도 오지 않던 시절에 방주를 지었고, 모세는 애굽의 부귀를 거절하고 고난의 길을 선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결과가 확실할 때 움직인 것이 아니라, 말씀을 따라 방향을 정했다는 데 있다. 이것이 진짜 신앙이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도 결과 중심의 시대를 살고 있다. 가치는 성취로 판단되고, 사람은 성과로 평가된다. 기도도, 사역도, 헌신도 ‘무엇이 되었는가’로만 측정되곤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어떻게 살아갔는가’를 보신다.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듯 보이는 광야의 시간, 혼자서 꾸준히 예배하는 일상의 삶,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신실하게 직분을 감당하는 그 자세 속에 하나님은 깊이 감동하신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좁은 길로 가라.” 이 길은 화려하지 않고, 효율적이지 않으며, 때로는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길이 ‘생명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신앙은 넓고 빠른 고속도로가 아니라, 조용히 이어진 오르막 골목길 같은 것이다. 끝이 잘 보이지 않아도, 매일 그 길을 걷는 것이 신앙이다.
하나님은 끝을 보시지 않고, 걸음을 보신다
결과에 집착하는 사람은 흔히 ‘신앙이 흔들린다’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사실 흔들리는 것은 신앙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기대했던 방식’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대와 다르게 일하실 수 있고, 우리가 생각한 타이밍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럴 때 참된 신앙은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다. 방향은 언제나 더디다. 방향은 손에 쥘 수 없고, 당장 자랑할 수도 없다. 그러나 방향이 맞다면 언젠가는 도달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바로 그 길을 향한 중심이다.
하박국 선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이것은 결과가 아니라 방향의 신앙이다. 응답이 없어도 기뻐하고, 성취가 없어도 감사하는 태도는 결코 위선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아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반응이다.
하나님은 결과가 없을 때 드리는 예배를 가장 귀히 여기신다. 왜냐하면 그 예배는 ‘하나님만으로 충분하다’는 고백이 담긴 가장 순수한 헌신이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때로는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하나님이 말씀하신 쪽인지’이다.
어떤 사람은 사역의 열매가 없어 낙심하고, 어떤 사람은 기도의 응답이 없다고 포기한다. 그러나 성경 어디에서도 ‘많이 이루었기 때문에 충성된 자’라고 부르신 적이 없다. 오히려 하나님은 “작은 일에 충성한 자”라고 말씀하셨다. 방향을 유지하는 자는 반드시 끝에 도달하게 된다. 비록 흔들릴지라도, 방향을 잃지 않으면 길은 계속된다.
지금 당신의 신앙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겉으로 보기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을지라도, 당신이 오늘도 말씀에 순종하고 있다면 그 길은 반드시 생명으로 향하고 있다.
신앙은 무엇을 이뤘느냐보다 어떤 길을 택했느냐가 중요하다. 목적지는 하나님이 정하시지만, 방향은 우리가 매일 선택해야 한다. 하나님은 그 걸음을 기억하신다. 믿음은 결과를 놓고 거래하지 않고, 방향을 놓고 순종한다.
이 시대는 여전히 결과를 요구하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방향을 기다리신다.
작성자: 이시온 | 매일말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