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왜 중심이어야 하는가 – 기독교의 상징이 아니라, 신앙의 본질이다

 

십자가는 기독교를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다. 교회 건물 위, 목에 건 펜던트, 성경책 표지, 간증과 설교에서 반복되는 단어 속에서 우리는 너무도 익숙하게 ‘십자가’를 접한다. 그러나 그만큼 ‘십자가’는 오해되기도 쉽다.

누군가는 그것을 고통의 상징이라 여기고, 또 누군가는 용서의 은유로 받아들인다. 세상은 그것을 하나의 종교적 표식이나, 도덕적 헌신의 상징쯤으로 소비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십자가는 단지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신앙의 중심이며, 복음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중심을 얼마나 바르게 기억하고 있는가를 다시 묻게 된다.

역사적으로 기독교가 흔들릴 때마다, 그 배후에는 십자가의 본질이 흐려지는 현상이 있었다. 중세 교회가 형식과 권위로 치우쳤을 때, 종교개혁자들은 다시 십자가로 돌아가자고 외쳤고, 18세기 경건주의 운동과 20세기 복음주의 부흥 역시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박히신 것 외에는 알지 않기로 작정하였노라’는 고백 위에서 일어났다.

그만큼 십자가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매 시대마다 신앙을 정결하게 회복하는 기준점이었다.

오늘날의 교회는 어떤가. 우리는 십자가를 여전히 설교하고, 부활절을 기념하며, 성찬식에서 주님의 고난을 되새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삶과 교회 구조, 사역의 방식, 공동체의 문화를 들여다보면, 십자가는 종종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것이 내 삶을 결정하는 실제 원리가 되기보다는, 종교적 배경처럼 기능할 때가 많다. 자기 부인의 삶, 철저한 복음 중심성, 구속의 은혜에 대한 전적 의존은 점점 드물어지고, 대신 성취와 성장, 안정과 감정적 충족이 강조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현대 사회의 가치관과도 무관하지 않다. 세상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고, 자신의 권리를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 자아를 긍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효율과 성공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문화 속에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갈수록 낯선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는 본질적으로 ‘높아짐’이 아니라 ‘낮아짐’의 길을 따르는 신앙이다. 십자가는 인간의 길과 완전히 반대되는 길이며, 그 안에서만 참된 생명이 시작된다.

성경은 십자가를 복음의 핵심이라 선언한다. 고린도전서 1장에서 바울은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그것을 어리석다 하고, 약하다 하며,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라 여긴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로 그 십자가를 통해 죄를 정복하셨고, 인간을 자유케 하셨으며, 새로운 공동체를 세우셨다. 십자가는 단지 예수님의 고난이 아니라, 신자 각자가 매일 살아내야 할 삶의 구조다. 자기 부인, 자발적 희생, 끝까지 사랑하는 인내는 단지 교훈이 아니라, 구원의 실제 증거다.

지금의 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것도, 결국은 이 중심이다. 십자가 없는 부흥은 오래가지 않으며, 십자가 없는 사랑은 결국 자기 위안으로 흐르게 된다. 십자가는 불편하지만,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진리다.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다음 세대를 세우며, 문화 속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도, 그 출발점은 ‘십자가 복음’에 근거해야 한다. 신앙이 개인의 만족이나 공동체의 성과로 환원될 때, 우리는 본질을 잃게 된다. 십자가는 단지 하나의 교리나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매일의 삶을 결정하는 원리다.

중심을 잃으면, 방향도 잃는다

십자가는 고난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방향의 중심’이다. 교회는 많은 활동과 사역, 성장과 열매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십자가가 신앙의 한 요소가 아니라, 전체를 비추는 기준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그 중심이 살아 있다면 교회는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다시 돌아가야 할 자리는 높아짐이 아니라, 십자가 아래의 낮아짐이다.

 

작성자: 이시온 | 매일말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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