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자리에 선한 행위가 존재할 수 있을까. 칭찬도, 보상도 없는 상황에서 한 인간이 타인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믿음의 결과일까. 이 질문은 단순히 도덕적 양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신 앞에 선 삶의 태도를 가늠하는 척도다.
성경은 여러 차례에 걸쳐 ‘은밀한 행위’의 가치를 강조한다. 예수는 마태복음 6장에서 “사람에게 보이려고 너희 의를 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하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다. 그는 이어 반복해서 말한다.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희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이 반복은 우연이 아니다. 하나님의 시선은 사람들의 박수와 평가가 머물지 않는 곳에 닿아 있다.
세상은 결과로 사람을 판단한다. 어떤 성과를 냈는지, 얼마나 인정을 받았는지가 존재의 무게를 결정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중심을 보신다. 인간의 기준이 외형과 수치를 따질 때, 하나님은 동기와 진실을 살핀다. 이는 단순히 종교적 도덕의 차원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세계관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선을 택하는 것은 신의 시선을 믿는 자만이 가능한 삶이다.
그 믿음은 결코 쉽지 않다. 세상은 정직함보다 영리함을 요구하고, 희생보다 이익을 숭상한다. 의롭게 산다는 이유로 손해를 보는 일이 현실이다. 도움을 주면 되려 의심을 사고, 양보하면 무시당한다. 이런 환경에서 믿음으로 선을 지속하는 것은 실로 고된 일이다. 그러나 성경은 말한다.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때가 이르면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9). 이 약속은 신앙인의 내면에 깊이 새겨져야 할 하나님의 시간에 대한 신뢰다
하나님은 잊지 않으신다. 성경에서 ‘기억한다’는 말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그것은 행동을 수반하는 기억이다. 출애굽기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의 부르짖음을 ‘기억하셨다’는 표현은 곧 구원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하나님은 잊지 않으시고, 잊지 않으신다는 것은 언젠가 반드시 응답하신다는 뜻이다. 인간은 쉽게 잊고, 세상은 관심을 거두지만, 하나님은 조용한 충성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이 진리는 수많은 이름 없는 신자들의 삶에서 증명된다. 드러나지 않은 기도, 기록되지 않은 섬김, 말하지 않은 눈물. 그것들은 어떤 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야말로 하나님의 나라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다. 교회의 영광은 강단 위의 말보다, 성도 개개인의 조용한 충성과 희생에서 나온다. 알려지지 않은 이름들이 쌓여 교회가 되었고, 그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존재한다.
정직하게 살아간다는 것,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옳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신앙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 그것은 세상의 논리와 충돌하며, 때로는 지독한 외로움을 동반한다. 그러나 바로 그 외로움 속에서 하나님의 시선은 더욱 가까워진다. 고개를 들면 아무도 없어 보일 때, 그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면 하나님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신자는 그 시선을 알고 살아간다.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의 사람들을 열거하며,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던 자들”이라 표현한다. 그들은 칼에 죽고, 굴에 숨어 살며, 가난과 박해 속에 믿음을 지킨 자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세상의 기록에는 남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기억 안에는 깊이 새겨져 있다. 그들의 행위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의로 여기셨고, 결국 그들의 삶이 진리의 증거가 되었다.
신앙은 언제나 은밀함과 싸운다. 외적 성과보다 내면의 진실을 택하는 것은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칭찬보다 하나님의 인정을 구하고, 보상보다 하나님의 기억을 의지하는 자만이 이 길을 갈 수 있다.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확신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선택이다. 그 확신은 오직 하나, 하나님이 지금 이 순간 나의 중심을 보고 계신다는 믿음이다.
이 시대는 드러나는 것을 요구하고, 보여지는 것을 평가한다. 그 속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선행을 지속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믿는 자는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임을 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지금도 보신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낙심하지 않는다 그믿음이 곧 신자의 저항이며, 동시에 진리의 증언이다.
2편에서는 그 ‘하나님의 시선’이 어떻게 이 시대의 무너진 가치 속에서 소망이 되는지를 더 깊이 다룬다. 하나님은 숨겨진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그 진실이야말로 이 세상을 견디게 하는 하나님의 방식이다
하나님이 보시는 것은 결과보다 중심이다. 그분은 인간이 판단하는 방식처럼 외형이나 수치에 기반한 평가를 하지 않으신다. 이 사실은 모든 신앙인의 삶에 깊은 위로가 되며, 동시에 분명한 기준이 된다. 세상은 빠르게 잊고, 금세 무관심해지지만, 하나님은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그분은 조용히 흘린 눈물도 기억하시고, 아무도 모르게 건넨 위로의 말도 놓치지 않으신다.
이 시대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그것이 얼마나 보였는지를 따지는 시대다. SNS의 ‘좋아요’ 수가 영향력의 기준이 되고, 말 잘하는 사람이 진실한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 하나님은 오히려 조용한 자,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자,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남을 세우는 자를 귀히 여기신다. 진실이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진실 편에 서신다.
하나님은 중심을 보신다. 이 단순한 진리는 기독교 신앙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관점 중 하나다. 중심이란 외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의 동기와 태도, 속마음의 결단과 묵은 충성을 포함한다. 때로는 본인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내면의 싸움이 하나님 앞에서는 분명하게 인식된다. 사람은 어떤 행동이 드러났을 때만 평가하지만, 하나님은 그것이 시작되기 전의 마음까지 아신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는 ‘보이지 않는 정직’을 향해 갈 수 있다. 아무도 모를 것 같지만, 하나님은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아무 보상도 없는 일 같지만, 하나님이 기억하시기 때문이다. 이 믿음은 현실 속에서 쉽지 않다. 오히려 정직하게 살수록 오해를 받고, 배려할수록 뒤처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자는 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그분의 기억이 가장 정확하고 의로운 평가임을 믿는다면, 지금의 이 고요한 선행은 절대 헛되지 않다는 것을.
성경은 하나님의 시선을 믿고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없이 기록하고 있다. 다니엘은 왕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은밀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고, 바울은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는 순간에도 복음을 포기하지 않았다.그들이 끝까지 선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하나님이 보신다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은 인간의 이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신뢰와 사랑, 두려움과 소망이 뒤섞인 복합적이고 깊은 영적 감각이다.
이 믿음을 오늘의 일상 속에서 살아내는 사람들은 겉으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무척 평범하거나 조용하고, 어떤 경우에는 존재감조차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기초를 이루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작은 결단과 충성, 드러나지 않는 섬김이 하나님 앞에서는 가장 무겁게 기억된다. 세상은 잊고 지나가도 하나님은 기록하신다.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정의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이에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신다. 하나님의 기억은 그냥 간직되는 과거가 아니라, 반드시 열매로 이어지는 미래의 씨앗이다. 하나님은 기억하심으로써 움직이시고, 응답하심으로써 드러내신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님은 하나하나를 보시고 계신다. 우리는 그 시선 아래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결국 신자의삶은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삶이다. 코람 데오(Coram Deo), 하나님 면전에서의 삶은 세상의 기준을 넘어서게 만든다. 그 삶은 사람들의 환호보다 하나님의 인정을 소중히 여기며, 일시적 칭찬보다 영원한 기억을 갈망하게 한다. 그것이 신자가 견디는 이유이자, 조용히 계속 걸어갈 수 있는 힘이다.
선행은 보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로부터 나와야 한다.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선을 택한다. 그것이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이라 해도, 오히려 그런 순간일수록 더욱 본질적인 믿음의 행위가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하나님께 가장 아름다운 예배가 된다.
지금도 조용히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아무도 모르게 봉헌하고, 이름 없이 섬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야말로 세상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하나님의 눈에는 뚜렷하게 기록된 자들이다 그들의 수고는 절대 잊히지 않는다. 하나님은 아신다. 그리고 언젠가, 가장 정확한 때에, 그 모든 것을 갚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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