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 사라지는 미래

 

202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68명.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이며, 해마다 새로운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 수치는 한 사회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구조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다.

이제 저출산은 경제·정치·복지 정책을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전체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인구는 줄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줄어드는 사회는 결국 사람이 줄어드는 사회이며, 그 안에 담긴 ‘가치관의 붕괴’야말로 진짜 위기다.

정부는 수년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정책을 내놓았다. 육아수당, 출산장려금, 양육시설 확충, 난임 치료 지원 등 물리적인 제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출산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왜일까?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낳고 싶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고.

단순히 비용의 문제도, 환경의 문제도 아니다. 문제는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고, ‘가치의 구조’가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와 경력, 경제적 안정, 자아 실현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었지만, 그 어디에도 ‘아이’는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출산을 하나의 ‘희생’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희생은 감당할 수 없는 부담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 선진국 대부분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으며, 그 근저에는 공통된 흐름이 있다. 삶의 구조가 ‘가족’에서 ‘개인’으로 재편되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가정과 공동체가 삶의 중심이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개인의 선택과 만족, 자유가 우선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여러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억압적인 구조에서 벗어난 개인의 권리 확대, 여성의 사회 참여, 삶의 다양성 존중 등은 모두 중요한 진전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정과 공동체가 약화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이 사라진 것 역시 사실이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 출산율은 사회가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 미래가 불안할수록, 공동체가 신뢰받지 못할수록,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저출산은 그 자체가 ‘불신의 통계’다. 삶에 대한 희망, 사회에 대한 신뢰, 관계에 대한 기대가 무너질 때, 새로운 생명을 향한 문도 닫히게 된다. 이 점에서 저출산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 구조가 붕괴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야 한다.

성경은 생명을 축복이라 말한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세기의 말씀은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가장 기본적인 복이었다. 자녀는 기업이고, 자손은 상급이라는 시편의 말씀처럼, 생명은 공동체가 함께 품고 자라는 선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생명을 두려워하고, 부담으로 여기며, 때로는 외면한다.

이는 단지 출산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질서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아이가 사라지는 사회는 곧 사람의 가치도 약해진 사회이며, 관계보다 효율, 공동체보다 개인의 논리가 우선될 때 결국 다음 세대는 설 자리를 잃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보다 방향이다. 생명을 반기는 사회, 아이가 자랄 수 있는 신뢰의 구조, 부모가 책임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의 회복 없이는 수당도, 혜택도 오래가지 못한다. 교회는 그 어떤 조직보다 먼저 이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단지 출산을 장려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 다음 세대를 위한 공간, 부모를 돕는 실제적 시스템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곧 복음을 살아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줄어드는 사회는 결국 사람이 줄어든다

저출산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며, 우리가 다음 세대를 품을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진단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아이가 줄어드는 사회는 결국 사람이 줄어드는 사회다.

그리고 사람이 줄어들면, 사회는 존재의 이유를 잃는다. 우리가 다시 생명을 환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는 살아날 수 있다.

 

작성자: 이시온 | 매일말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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