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호와를 기뻐하라 그가 네 마음의 소원을 네게 이루어 주시리로다.” 시편 37편 4절은 신앙인의 삶에서 ‘기쁨’과 ‘응답’이라는 두 요소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구절이다. 이 말씀은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헌신이 단지 종교적 도리나 의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내적 기쁨으로 흘러갈 때, 하나님께서 그 기쁨 가운데 우리의 소원을 들으시고 응답하신다는 진리를 전한다. 단순한 번영 신학적 구절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이 말씀의 본질은 ‘하나님 중심의 삶이 가장 만족스러운 길이며, 그 길 위에 하나님은 친히 응답하신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시편 37편 전체는 다윗이 인생 후반부에 기록한 지혜시로 여겨진다. 그는 젊은 날 수많은 고난과 오해, 박해와 실패를 겪었다. 그러나 세월을 지나며 그는 분명히 깨달았다. 의인과 악인의 길은 겉보기에 달라 보여도, 결국 하나님께 소망을 둔 자는 결코 실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본문이 속한 시편 37편은 ‘악인이 형통할 때 당황하지 말고, 오히려 하나님을 신뢰하며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신뢰의 정점에서 등장하는 말씀이 “여호와를 기뻐하라”는 권면이다.
‘여호와를 기뻐하라’는 말은 단순히 ‘하나님을 좋아하라’는 감정적 표현이 아니다. 히브리어 원어로 ‘기뻐하다’(‛ānag)는 단순한 즐거움 이상으로, 깊은 만족과 친밀한 사귐 속에서 오는 부드럽고 정적인 기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하나님 자체를 즐거워하는 삶,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진정한 기쁨을 누리는 태도를 말한다. 이 말씀은 우리가 하나님을 기쁨의 원천으로 삼고, 그분의 뜻과 성품에 마음을 맞추며 살아갈 때, 그 삶 자체가 하나님의 기쁨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소원을 품고 살아간다. 그 소원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건강, 어떤 이는 자녀, 어떤 이는 안정된 직장이나 평안한 노후, 혹은 사역의 열매를 꿈꾸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소원이 종종 ‘하나님 없이도 가능한 것’처럼 느껴질 때 생긴다. 하나님은 그 소원을 들어주시는 분이 아니라, 소원의 방향을 다듬고, 순도를 정제하시며, 결국 당신의 뜻에 맞게 이루어주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시편 37편 4절의 순서가 중요하다. ‘기뻐하라’가 먼저이고, ‘이루어주리라’가 그 다음이다. 하나님을 진심으로 기뻐할 때, 우리의 소원은 점점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게 되고, 그 일치 속에서 응답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 말씀은 ‘조건적 축복’이라기보다는 ‘관계적 결과’다. 즉,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 속에서 그분을 기뻐하는 사람은, 점차 그분의 생각과 마음을 알아가게 되고, 결국은 하나님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는 영적 일치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드리는 기도, 품는 소원은 하나님께서 기쁘게 이루어주신다는 약속이다. 이것은 기도의 비밀이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일치 가운데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소원이 하나님께 상달되고, 그 뜻 가운데 성취된다는 원리다.
하나님을 기뻐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하나님의 존재 자체에 만족하는 것이다. 축복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기뻐하는 것이다. 상황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상황 가운데 하나님이 함께하시기 때문에 기뻐하는 것이다. 다윗은 시편 16편 11절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주의 앞에는 충만한 기쁨이 있고 주의 오른쪽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 세상의 기쁨은 일시적이고 조건적이지만, 하나님 안에서의 기쁨은 상황을 초월하며, 지속가능하고 깊이 있는 기쁨이다.
이 구절은 또한 신앙의 방향을 점검하게 만든다. 오늘 나의 신앙은 기쁨 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책임감, 의무감, 혹은 습관 위에 서 있는가? 하나님을 향한 기쁨이 식어버린 신앙은 결국 무기력과 의심으로 이어진다. 반면 하나님을 기뻐하는 사람은 말씀이 살아 있고, 기도가 숨 쉬고, 예배가 기다려지고, 선행이 기쁨으로 이어진다. 하나님을 기뻐하는 삶은 단순히 ‘종교생활 잘하는 것’을 넘어서, ‘하나님과의 살아있는 관계’ 속에 거하는 삶이다.
이 말씀은 청년들에게도 특별한 도전이 된다. 청년기는 욕망과 야망이 교차하는 시기다. ‘무엇을 해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떻게 성공할까’를 고민하는 시기에,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먼저 나를 기뻐하라. 그 기쁨 위에 너의 길을 맡겨라. 그러면 내가 네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겠다.” 이 말씀은 방향이 없는 자에게 나침반이 되며, 성취만을 추구하는 자에게 목적의 본질을 다시 묻게 한다. 하나님을 기뻐하는 자는 길을 잃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기쁨이 곧 하나님과 동행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말씀은 ‘신뢰’의 고백이다. 하나님을 기뻐하고 나의 소원을 그분께 맡기는 것은, 내 인생을 내 손이 아닌 하나님의 손에 올려놓는 믿음의 행위다. 그리고 하나님은 결코 신뢰를 배신하지 않으신다. 내가 하나님을 진심으로 기뻐한다면, 내 인생의 방향은 이미 하나님의 뜻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 안에서 드리는 기도는 결코 헛되지 않다. 그리고 그 기도의 끝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응답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내 안에 소원이 있다면, 먼저 하나님을 기뻐하는 데 집중하자. 그 기쁨이 회복될 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선 위에, 하나님은 말씀대로 이루실 것이다. “여호와를 기뻐하라, 그가 네 마음의 소원을 네게 이루어 주시리로다.”
매일말씀저널 | 성경 한 절
(말씀 출처: 시편 37편 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