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청년들은 교회를 떠났을까, 한국 교회가 외면한 것들

 

신앙을 떠나는 청년들, 단지 ‘믿음의 약화’일까?

최근 한국 사회에서 ‘종교 없음’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예배당의 빈자리는 점점 늘어가고, 교회 청년부의 숫자는 한 자릿수로 줄어든 지 오래다. 일부 대형 교회가 여전히 수백 명의 청년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분명하다. ‘무교’는 이제 소수의 선택이 아니라 청년층 다수의 자발적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현상은 단순히 ‘요즘 젊은이들이 게으르다’거나, ‘영적으로 나태하다’는 식의 분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붕괴와 문화적 괴리감, 삶의 실질적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회가 외면받는 세대적 이유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데는 몇 가지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이유들이 있다. 첫째는 교회의 메시지와 청년들의 삶 사이의 간극이다. 신앙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교회가 제시하는 신앙의 언어가 현실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대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믿음으로 극복하라”, “기도하면 해결된다”는 식의 고전적인 조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청년들은 취업, 주거, 정신 건강, 관계 문제 등 구체적인 현실 앞에서 교회의 말씀이 구체적인 위로와 지혜가 되지 못하는 데 실망하고 있다.

둘째, 교회 내 권위주의적 문화는 여전히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수직적 구조와 연령 중심의 리더십, 질문을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 사소한 복장 문제나 표현 방식에 대한 제재는 청년들에게 불필요한 억압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며, 자신의 언어로 신앙을 말하고 싶어하지만, 교회는 여전히 ‘틀 안에서’ 순응하길 요구한다. 이러한 구조는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신앙에 접근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셋째, 교회의 도덕성에 대한 실망도 크다. 최근 몇 년간 반복된 목회자 비리, 교회 내 성범죄, 세습 문제, 그리고 정치적 편향성 등은 청년들에게 교회가 ‘거룩함’을 상실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신앙은 개인적 차원이지만, 공동체의 타락은 그 신앙의 외적 실천을 좌절시키기에 충분하다. “교회를 믿을 수 없다면, 신앙을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회의가 청년들 사이에서 점점 자리를 잡아간다.

비판은 있지만 대안은 없는 현실

흥미로운 점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면서도 동시에 ‘믿음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은 청년들이 ‘종교는 없지만 영적인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명상, 자기계발, 심리 상담, 영적 치유 콘텐츠 등은 그들이 신앙의 대안을 찾아 나선 결과다. 그러나 교회는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타락’이나 ‘세속화’로 폄하하거나, 회개의 대상으로 규정하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과의 소통의 접점은 더욱 멀어졌고, 교회는 스스로를 더욱 고립된 섬으로 만들었다.

또한 청년들은 교회의 지나친 ‘정답 지향성’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모든 문제에 대해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 회의나 의심조차 ‘믿음 없음’으로 간주하는 문화, 감정의 복잡성을 감당하지 못하는 단선적인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이들은 교회에서 감정을 억누르고, 삶의 문제를 간단히 포장하는 법만을 배울 뿐, 정직한 고백과 회복의 여정은 경험하지 못한다.

현대 청년들은 철저히 복잡한 존재다. 그들은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수많은 압박을 받고 있으며, 신앙은 이들 삶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가 그 짐을 무겁게 하거나, 외면할 때, 떠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신앙의 회복은 관계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단순한 전도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성 사역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청년들은 더 이상 프로그램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관계를 원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원하며,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존재가 존중받는 경험을 필요로 한다. 청년사역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본심, 전략이 아니라 공감에 있다. 교회가 먼저 청년들에게 묻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판단 없이 함께 걸을 수 있어야 한다.

예배 방식도 재고되어야 한다. 단지 감성적인 찬양이나 세련된 영상미로 청년을 붙잡을 수는 없다. 오히려 청년들은 진정성에 굶주려 있다. 기계처럼 반복되는 예배보다, 자신들이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는 공동체적 예배 경험이 중요하다. 일방향 전달이 아닌 쌍방향 소통, 말씀 묵상과 삶의 대화를 연결하는 소그룹 중심의 구조가 보다 의미 있는 신앙의 장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절박한 신호다. 그 신호를 읽지 못하는 교회는 결국 다음 세대를 잃을 수밖에 없다. 교회는 지금,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교회가 바꿔야 할 질문, 그리고 태도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단순히 “어떻게 다시 데려올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부족하다. 이 질문은 여전히 교회 중심적이고, 청년들의 존재를 ‘대상자’로만 여기는 태도를 내포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히려 교회가 청년들에게 스스로 질문을 받는 자세다. “우리는 왜 신뢰를 잃었는가?”, “왜 우리와 함께하고 싶지 않은가?”, “우리는 당신에게 무엇이 되었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선을 전환할 때 비로소, 새로운 대화가 시작된다.

청년은 단지 전도의 대상이 아니라, 교회의 일부이며 주체적인 신앙의 동역자다. 그들의 언어와 삶의 방식, 세상을 해석하는 틀을 존중할 때, 교회는 진정한 회복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교회는 ‘변화’라는 말을 입으로만 외친다. 실제로는 여전히 낡은 구조, 일방적인 설교 중심, 연륜과 직분 중심의 서열 문화가 유지되고 있으며,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권한은 극히 제한적이다.

구조가 아닌 신뢰를 바꾸는 작업

교회가 청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신뢰 회복’이다. 신뢰는 프로그램으로 획득되지 않는다. 교회가 정직하고 투명한 공동체가 되지 않는 한, 청년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재정 사용의 투명성, 목회자의 삶과 설교의 일치, 공동체 내 갈등에 대한 정직한 대응, 그리고 무엇보다 ‘말씀대로 사는 삶’을 구성원 전체가 추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청년들은 작은 이중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배당 안에서는 ‘사랑’과 ‘용서’를 외치면서도, 교회 바깥에서는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거나, 특정 정파에 편향된 언어를 반복하는 공동체에 신뢰를 줄 수 없다. 그들은 더 이상 교회의 선언보다 교회의 태도를 본다. 말보다 일치된 삶을 통해 복음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는 이 세대 앞에, 교회는 과연 얼마나 솔직하고 정직한가?

복음은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

또한 교회는 복음을 다시 설명해야 한다. 청년들이 복음을 떠난 것이 아니라, 그 복음을 삶과 연결짓지 못한 교회에서 멀어진 것이다. 복음이 단지 사후 구원이나 죄사함에만 집중되고,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부재할 때, 청년들은 그것이 ‘실제적이지 않다’고 느낀다.

복음은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 간다’는 말로 충분하지 않다. 그것은 나의 정체성과 삶의 목적, 관계와 노동, 불안과 실패의 문제 속에서 어떻게 현실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들은 이제 “왜 믿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믿는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교회는 이 질문에 지체 없이 응답해야 한다.

새로운 모델,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기존의 청년부 사역 방식도 재구성되어야 한다. 기존 청년부는 수직적인 리더십 아래 ‘리더 중심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수평적 소통과 함께 ‘청년 주도’의 사역 구조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직접 모임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예배를 설계하며, 삶을 나누는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교회는 그 과정을 지지하고 격려하며, 안전한 경계만 제시해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신앙의 언어’도 새롭게 번역되어야 한다. “거룩”, “죄”, “구원”, “회개”와 같은 익숙한 단어들이 청년들에게는 여전히 모호하고 낯설다. 그들에게 친숙한 언어와 사고체계로 복음을 재해석하고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복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리는 일이다.

소통, 참여, 책임이 있는 공동체를 향해

무엇보다 교회는 청년들이 ‘소속되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배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아니라, 공동체를 함께 책임지는 동역자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청년들을 위로하거나 격려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적인 역할과 권한을 부여하는 데서 시작된다. 작은 헌신의 기회를 통해, 청년들은 ‘필요한 존재’임을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이 신앙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교회는 결국 관계의 공동체다. 그리고 관계는 시간과 진심, 지속적인 관심과 개방성을 통해 형성된다. 청년이 떠나는 교회는 단지 매력이 없는 곳이 아니라, 관계 맺기를 포기한 곳이다. 이제 교회는 다시 질문하고,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직하게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구호가 아닌 실제 변화가, 청년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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