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치 도중 붉은 피가 칫솔에 묻어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하루 이틀 지나면 멎을 것이라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반복적인 잇몸 출혈은 분명한 건강 이상 신호다. 치과에서 치료를 받기 전, 일단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단순한 자극 때문인지, 생활 습관 문제인지, 아니면 전신 질환의 징후인지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을 알고 있으면, 문제를 키우지 않고 예방하거나 초기에 대처할 수 있다. 특히 치주 질환은 통증 없이도 서서히 진행되므로, 출혈의 원인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1. 단순한 출혈이 아닌가? 붓기·통증 동반 여부부터 확인
잇몸 출혈이 ‘일시적인 자극’인지 ‘만성 염증’인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은 바로 붓기와 통증의 유무다. 단순히 피만 묻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잇몸이 붓고 눌렀을 때 통증이 있다면, 이는 이미 염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치은염은 잇몸에 생기는 가장 흔한 염증 질환으로, 치석과 플라그가 제거되지 않고 오래 쌓이면서 생긴다. 이 단계에서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되면, 치조골이 녹기 시작하는 치주염으로 발전한다. 이때는 이가 흔들리고, 음식을 씹을 때 고통이 느껴지며, 심하면 치아가 빠질 수도 있다.
특히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서서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통증이 거의 없고, 단지 잇몸에서 피만 나기에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치주과학회에 따르면, 한국인의 70% 이상이 치주 질환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자신이 질환을 앓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한다. 출혈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피의 양이 증가한다면, 단순한 자극이 아닌 구조적인 염증일 가능성이 크다.
2. 최근 칫솔·치실 사용 습관은 어떤가? 생활 습관 점검 필수
잇몸이 민감한 사람은 작은 생활 습관 변화에도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칫솔을 바꾸었거나 칫솔모가 더 단단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잇몸에 상처를 내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칫솔을 강하게 누르거나 빠르게 문지르는 습관이 있다면, 피가 나는 빈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하루 2회 부드럽게 양치하되, 칫솔모는 ‘미세모’로, 압력은 가볍게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치실 사용도 주의가 필요하다. 치실은 치아 사이 이물질 제거에 효과적이지만, 올바르지 않은 사용은 잇몸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치실을 잇몸 사이로 세게 밀어 넣거나 빠르게 당기는 습관은 잇몸 경계 부위의 점막을 손상시켜 출혈을 유발한다. 치실은 C자 형태로 감싸듯 넣고,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여야 한다. 또, 구강세정기를 너무 강한 수압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잇몸에 부담이 갈 수 있다.
사례로, 직장인 김 모 씨(32세)는 이사 후 새로 구입한 전동칫솔을 사용하다 일주일 넘게 잇몸에서 피가 나왔다. 그는 전동칫솔의 진동 세기가 너무 강했음을 나중에야 인지했고, 일반 칫솔로 교체한 후 출혈이 멈췄다. 이처럼 생활도구 하나의 변화가 구강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사소한 변화라도 출혈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3. 단순한 구강 문제 아닐 수도… 전신 질환과 약물 이력 점검
잇몸 출혈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구강 문제로 한정짓기 어렵다. 많은 전신 질환이 구강 점막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 C 결핍이다.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거나, 스트레스·과로로 인한 영양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잇몸 조직의 탄력이 떨어지고 쉽게 출혈이 일어난다. 괴혈병과 같은 극단적인 결핍은 드물지만, 경미한 결핍 상태는 생각보다 흔하다.
또한 당뇨병 환자의 경우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잇몸의 염증 반응이 심해지고,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져 치주 질환이 심화된다.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사람일수록 잇몸 출혈이 자주 나타난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 환자의 치주 질환 위험이 일반인보다 2~3배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약물 복용 이력도 중요한 요소다. 항응고제나 혈전 용해제, 고혈압약 중 일부는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출혈을 쉽게 유발한다. 예를 들어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 잇몸에서 평소보다 쉽게 피가 날 수 있다. 또한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도 잇몸 점막을 약화시켜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 복용 중인 약물 목록을 점검하고, 출혈 증상이 약 복용 이후 시작되었는지를 체크하는 것은 필수다.
여성의 경우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인해 일시적으로 잇몸이 약해지는 ‘임신성 치은염’이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출산 후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임신 기간 중에도 세심한 구강관리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빈혈, 면역력 저하, 간 기능 이상 등도 잇몸 출혈의 원인일 수 있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혈액검사나 건강검진을 통해 전신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병원 가야 할 타이밍, 명확히 구분하자
모든 잇몸 출혈이 치과 진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출혈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양이 점점 많아지며 잇몸 외에도 입 냄새, 통증, 이 시림, 붓기 등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병원 진료가 필수다. 특히 치은염 단계에서 치주염으로 넘어가면 스스로 회복되기 어렵고, 전문적인 스케일링과 잇몸 치료가 필요하다.
출혈 외에 아래 증상이 동반된다면 병원을 가야 할 명확한 신호다.
• 칫솔질할 때마다 출혈이 심해지고 멈추지 않음
• 잇몸이 붓고 색이 검붉게 변함
• 음식 씹을 때 통증이 있거나 이가 흔들림
• 입 냄새가 심해지고 계속해서 입맛이 없음
• 출혈이 한 달 넘게 반복적으로 나타남
이런 증상이 있을 때 단순한 약이나 세정제로 해결하려다 시기를 놓치면, 결국은 수술이나 고가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3일 이상 반복되는 잇몸 출혈은 무조건 원인을 파악해야 하며, 7일 이상 지속될 경우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기 진단과 간단한 치료로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으므로, 병원 방문을 미루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잇몸에서 피가 난다는 것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신체의 경고일 수 있다. 구강 내 염증, 잘못된 생활 습관, 그리고 전신 질환까지 다양한 원인이 출혈로 드러난다. 병원을 찾기 전, 붓기·통증 여부, 생활 습관 변화, 약물 이력 등을 면밀히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스스로 확인한 뒤에도 출혈이 반복된다면, 지체 없이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작은 피 한 방울이 알려주는 건강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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