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로마서 8장 18절)
인생의 가장 어려운 순간은 지금의 고통이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을 때다. 아픔이 지속되고, 기도는 응답되지 않으며, 주변의 격려마저 공허하게 느껴지는 그 시간 속에서, 신앙인이라 해도 낙심하지 않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바울은 로마서 8장에서 아주 분명한 선언을 한다.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다.” 이 말은 단지 고난의 끝에 보상이 있다는 막연한 위로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고난을 통과하며 붙들어야 할 실존적 진리이며, 믿음이 고통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바울은 고난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매질과 투옥, 굶주림, 배신과 억울함의 연속 속에서 그는 복음을 전했다. 그런 그가 ‘지금의 고난은 비교조차 안 되는 작은 일’이라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장차 나타날 영광’을 실제로 믿었기 때문이다.
믿음은 현재를 견디게 하고 미래를 바라보게 한다
바울이 사용한 “생각하건대”(Logizomai)라는 표현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계산하고 확신하는 논리적 결론이다. 그는 신앙을 감성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을 정확히 보고도, 그보다 더 큰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바라보며 살아갔다. 현재의 고난이 아무리 크고 무겁더라도, 그 고난은 ‘비교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즉, 영광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지금의 고난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믿음이 강한 사람의 관념적인 말이 아니다. 오히려 믿음이 가장 현실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믿음은 고난을 부정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하나님의 시간’ 안에서 재해석한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신앙을 통해 ‘지금의 문제 해결’을 기대한다. 병이 낫고, 문제가 풀리고,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도한다. 물론 하나님은 우리의 삶에 구체적으로 역사하시는 분이시다. 그러나 로마서 8장은 단기적인 응답을 말하는 장이 아니다. 이는 장기적인, 영원한 관점에서의 신앙의 시선 전환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겪는 고난의 의미를 허투루 보시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고난 속에서 우리의 믿음을 정금같이 연단하시고, 장차 드러낼 영광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다듬어가신다.
고난이 없는 삶이 아니라, 고난 가운데 믿음을 지키는 삶을 하나님은 존귀하게 여기신다. 바울은 고난을 ‘영광의 그림자’로 이해했다. 그림자가 짙을수록 그 너머의 빛은 더 강렬하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말하는 ‘영광’은 단지 천국에서 얻게 될 안락함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온전한 연합,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는 완전한 변화, 그리고 죄와 죽음,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 하나님의 나라에서의 삶이다. 바울은 이 영광을 분명히 알았고, 그것이 자신이 당하는 고난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었다.
고린도후서 4장 17절에서도 그는 말한다. “우리가 잠시 받는 환난의 경한 것이 지극히 크고 영원한 영광의 중한 것을 우리에게 이루게 함이라.” 고난은 단지 통과하는 시간만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 안에 영광을 준비하시는 시간이다.
믿음의 사람은 고난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동시에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배우게 된다. 우리는 고난 속에서 말씀을 더 가까이 붙들게 되고, 기도를 더 간절히 하게 되며, 세상의 가치보다 영원한 것을 더 사모하게 된다.
결국 고난은 영광의 통로가 된다. 그 길은 좁고 험하지만, 그 끝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복음이 우리에게 말하는 ‘소망’이다. 현재의 고난은 유한하고 제한적이지만, 하나님의 영광은 무한하고 영원하다. 그 무게 차이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바울은 그것을 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 시선을 권한다.
세상은 고난이 찾아오면 쉽게 무너진다. 이유를 따지고, 원인을 추적하며, 때로는 분노하거나 절망한다. 그러나 믿는 자는 그 고난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찾고, 신앙의 중심을 다잡으며, 영원한 것을 더 바라보게 된다. 바울이 강조한 것은 고난이 사라지는 신앙이 아니라, 고난을 이기는 신앙이다.
그것은 ‘지금’을 영원에 비추어 보는 시선이며, 그 시선이 바로 담대함과 인내의 근거가 된다. 예수님도 십자가의 고난을 감내하신 이유가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히 12:2)였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고난은 우리를 낮추고,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 만들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하나님은 그 고난의 자리를 통해 우리를 더 깊이 만나시고, 더 크게 빚어가신다. 그리고 그 끝에는 ‘비교할 수 없는’ 영광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반드시 그 뜻을 이루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의 고난 앞에서 낙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고난은 지나갈 것이고, 그 뒤에 드러날 영광은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말씀저널 | 성경 한 절
(본문: 로마서 8장 1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