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시편 46편 1절은 고난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오래도록 반복되어 온 신앙의 고백이다. 이 구절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실제 삶의 위기 앞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성품과 관계에 대한 선언이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안식을 찾지 못한 채 흔들리는 삶을 살아간다. 전쟁과 재난, 경제적 위기, 질병과 죽음의 공포, 그리고 점점 더 무너져가는 인간관계 속에서 사람들은 도망칠 곳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피난처는 완전하지 않다. 안전장치처럼 보였던 것들이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시편 기자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오직 하나님만이 참된 피난처이시며, 우리에게 실제적인 힘과 도움이 되시는 분임을 분명히 고백하고 있다. 이 말씀은 오늘날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삶의 근거가 되어야 할 중심이다.
피난처란 고통을 피하는 공간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머물 수 있는 자리다
현대인들은 위기 상황이 닥치면 ‘도망갈 곳’을 찾는다. 정서적으로는 회피, 육체적으로는 휴식, 정신적으로는 단절을 피난처 삼는다. 그러나 시편에서 말하는 ‘피난처’는 단지 고통을 피하게 해주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고난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붙드는 장소이며, 혼란 속에서도 평안을 유지할 수 있는 중심이다.
성경이 말하는 피난처는 ‘잠시 피했다가 돌아오는 임시 피신처’가 아니라, 전 존재를 위탁할 수 있는 믿음의 성소다. 하나님은 단지 외부의 환경을 차단해주는 분이 아니라, 그 환경 속에서도 나를 지키시는 분이다.
고난을 제거하는 대신, 고난 속에서 나를 굳건히 세우시는 하나님. 시편 기자는 고난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한가운데서 하나님을 피난처로 삼는 법을 고백했다. 이것이 진정한 신앙의 힘이다.
하나님의 도우심은 상황이 아니라 타이밍으로 드러난다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하나님은 환난이 오기 전에 미리 막아주시는 분이 아니라, 그 환난 속에서 ‘만나지는’ 분으로 등장하신다. 이것은 하나님이 무심하셔서가 아니라, 신자의 믿음을 단련하시기 위한 방법이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위기의 순간마다 하나님께 부르짖었고, 그때마다 하나님은 정확한 때에 일하셨다. 홍해 앞에서의 모세, 불 가운데 던져진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 사자 굴에 던져진 다니엘, 모두가 절망적인 순간에 하나님을 만났다. 믿음이란, 하나님이 늦지 않게 오실 것이라는 확신을 붙드는 것이며,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 같아도 여전히 함께하고 계신다는 신뢰를 품는 것이다.
하나님은 문제의 크기와 관계없이, 그분의 백성이 부르짖을 때 반드시 나타나시며, 그 만남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 도움은 크기보다 타이밍이며, 하나님은 결코 늦지 않으신다.
세상이 흔들릴수록 하나님은 더 견고하게 드러나신다
시편 46편의 다음 절들을 보면, “땅이 변하고 산이 흔들리며 바다 가운데 빠지는 상황”이 묘사된다. 이는 자연재해를 넘어, 세상의 기반이 무너지는 급박한 위기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시편 기자는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세상이 불안할수록, 하나님의 임재는 더 분명하게 체험된다. 인간이 의지하던 것들이 하나둘씩 무너질 때, 오히려 하나님만이 유일한 반석임을 더욱 뚜렷하게 깨닫게 된다. 우리는 종종 상황이 안정되어야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으려 한다. 그러나 믿음은 상황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에 근거해야 한다.
하나님은 ‘여호와 사바오트’ 전능하신 주이시며, 그분이 함께 계시면 우리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불안이 짙어질수록 신자의 중심은 하나님 쪽으로 더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
도움을 구하는 자는 자신이 연약함을 인정하는 자다
하나님이 우리의 도움이 되신다는 말은,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즉, 신자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사람이며, 전능하신 하나님의 개입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는 자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극복하라’는 메시지에 지쳐 있다. 그러나 성경은 그 반대의 길을 말한다. 도움을 요청하라, 피하라, 구하라. 하나님은 도움을 요청하는 자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신다.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것이 신앙의 출발점이며, 그 고백은 결코 약함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피난처로 삼는 고백은 영적 강자의 선택이다.
하나님은 자기를 찾는 자를 만나 주시며, 그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신다.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우리의 진짜 피난처는 누구인가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피난처 삼고 살아가는가. 돈, 명예, 인간관계, 건강, 정보, 심리적 안정감, 그 어느 것도 절대적인 피난처가 될 수 없다. 다 무너질 수 있고, 다 흔들릴 수 있으며, 끝내 나를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르다. 그분은 성실하시고, 무너지지 않으며, 끝까지 함께하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시편 기자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니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은 어느 시대에나 동일하게 유효하다. 시대가 불안할수록, 고통이 심해질수록, 우리는 다시 피난처를 점검해야 한다.
진짜 의지할 수 있는 분은 누구인가. 누가 나의 삶을 끝까지 붙들 수 있는가. 성경은 명확하게 답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다.” 그분은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변함없는 우리의 보호자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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