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로마서 8장 18절은 고난 속에 있는 신자들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위로의 말씀이며, 동시에 영원을 바라보는 신앙의 시선을 바로잡아주는 선언이다. 사도 바울은 이 한 문장 속에 현재와 미래, 고통과 소망, 인간의 연약함과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거대한 신앙의 구조를 한데 담아낸다. 이 말씀은 단순한 위로나 긍정적 사고가 아니다. 이것은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자들에게 주어진 ‘관점의 대전환’을 요청하는 말씀이다.
바울이 이 편지를 쓴 시점은 로마 제국의 박해가 점차 가시화되던 시기였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갈등 속에서, 또 제국의 탄압 아래에서 다양한 고난을 겪고 있었다. 박해, 경제적 불이익, 가정의 갈등, 신앙의 소외 등은 단순한 정신적 불편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존의 위기였다. 바울 역시 수많은 고난을 경험했다. 채찍질, 투옥, 굶주림, 조롱, 나중에는 순교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그는 단언한다. “이 모든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주어질 영광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이 말씀은 두 가지 극적인 대조를 보여준다. 하나는 ‘현재의 고난’, 다른 하나는 ‘장차 나타날 영광’이다. ‘현재의 고난’은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다. 아픔, 불안, 배신, 실패, 질병, 상실… 믿음이 있다 해도 고난은 피해 가지 않는다. 그러나 바울은 그 고난의 무게를 결코 축소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그것을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반대편 저울에 ‘장차 나타날 영광’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말한다. “도저히 비교할 수 없다.” 이 구절은 고난을 이기는 힘이 고난의 회피나 회복에 있지 않고, 비교 불가능한 영광에 대한 확신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장차 나타날 영광’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천국이라는 장소적 개념을 넘어서, 하나님과의 완전한 연합, 모든 눈물이 닦이고 모든 아픔이 사라지는 상태, 그리고 죄와 죽음이 완전히 제거된 새로운 창조 세계를 의미한다. 바울은 로마서 8장 전체를 통해 이 ‘영광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피조물이 탄식하고, 성도들이 신음하며, 심지어 성령도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함께 기도하시는 그 장면 속에서, 바울은 그 고통이 ‘출산의 고통’이라고 표현한다. 지금은 아프고 견디기 어렵지만, 그것은 영광의 새 생명을 위한 고통이라는 것이다.
이 말씀은 오늘날의 고난 속에서도 똑같이 유효하다. 현대인들도 다양한 고통을 겪고 있다. 실직, 이혼, 질병, 우울증, 관계의 단절, 경제적 위기, 사명에 대한 무력감… 신앙이 있다 해서 고난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신앙 때문에 더 깊은 내면의 싸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 우리는 이 말씀을 다시 붙들어야 한다. 바울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고난을 잘 알았고, 누구보다 고통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그가 붙든 것은 고난보다 훨씬 더 크고 확실한 영광’이었다.
“비교할 수 없다”는 표현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이것은 계산이다. 고난이 아무리 크고 오래간다 해도, 그것은 ‘시간’ 안에 존재하는 일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실 영광은 ‘영원’에 속해 있다. 고난은 잠시이지만, 영광은 영원하다. 고난은 제한적이지만, 영광은 무한하다. 고난은 지치게 하지만, 영광은 새롭게 한다. 고난은 흔들리게 하지만, 영광은 중심을 붙든다. 그러므로 신자는 고난의 순간에 무너지는 대신, 비교할 수 없는 영광을 바라보며 버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복음이 주는 힘이다.
이 말씀은 또한 ‘포기하지 않음’의 신앙을 세워준다.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큰 비전을 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주저앉기 쉽다. 기도해도 바뀌지 않는 환경, 말씀을 붙들어도 여전히 반복되는 시련, 순종의 길에서 겪는 오해와 손해… 이런 상황은 지치게 만든다. 그러나 로마서 8장 18절은 말한다. “지금 너의 이 고통은 헛되지 않다. 이 모든 것은 장차 너를 덮을 하나님의 영광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말씀은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연료다. 끝까지 믿음을 지키게 하는 내면의 힘이다.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않게 하고, 기도하되 중단하지 않게 하며, 예배하되 냉담하지 않게 한다.
또한 이 구절은 공동체적인 소망도 제시한다. 바울은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이라고 말했다. 고난은 개인적일 수 있으나, 영광은 공동체적이다. 이 말씀은 모든 성도가 함께 기다리는 하나님의 완전한 회복에 대한 약속이다. 교회는 이 땅에서 그 영광의 예고편이어야 한다. 서로의 고난을 함께 짊어지고, 위로하고, 소망을 나누는 공동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실제를 증언하는 장이다. 우리가 서로의 고난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영광을 바라보는 교회가 될 때, 이 말씀은 오늘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게 된다.
로마서 8장 18절은 단순한 신앙 슬로건이 아니다. 이것은 고난을 살아내는 실제적 방식이자, 영광을 기대하게 하는 영적 전략이다. 고난을 피할 수 없다면, 그 고난이 영광으로 바뀌는 순간을 기대하며 걸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약속하셨다. 고난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고. 영광은 반드시 온다고. 그리고 그 영광은, 우리가 겪는 고통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풍성하다고.
오늘, 눈물로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이 말씀을 전한다.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신다.
매일말씀저널 | 성경 한 절
(말씀 출처: 로마서 8장 1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