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시편 126편 5절)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아무도 모르게 흘린 눈물의 밤을 지나게 된다. 사람들은 종종 강해 보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결코 우리에게 강함만을 허락하지 않는다. 때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사랑했던 사람의 상실 앞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흐름 앞에서 우리는 조용히 무너지고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성경은 그 눈물을 단지 감정의 표현으로 보지 않는다. 시편 126편 5절은 눈물이 곧 씨앗이라고 말한다. 즉, 지금의 눈물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기쁨으로 열매 맺을 씨로 뿌려지고 있다는 선언이다. 그 어떤 고난도 헛되지 않고, 그 어떤 아픔도 의미 없는 것이 아니며, 하나님은 우리 삶의 눈물까지도 재료로 삼아 영광의 추수를 준비하신다는 약속이다.
시편 126편은 바벨론 포로 생활을 마친 이스라엘 백성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하나님의 백성이 나라를 잃고, 성전이 무너지고, 삶의 기반이 붕괴된 채 타국에서 긴 세월을 보냈던 그들이 다시 고국 땅으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온 땅은 폐허였고,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여전히 짓눌린 삶, 황폐한 도시, 재건이 필요한 성벽들. 시인은 바로 그 회복의 길목에서 이 시편을 노래한다.
과거를 회상하며 감사하고, 현재의 고통을 인정하며, 미래의 소망을 노래한다. 그 중심에 있는 한 문장이 바로 오늘의 구절이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단순히 회복을 약속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 흘리는 눈물이 헛되지 않다는 깊은 확신이며, 하나님의 시간 안에서는 모든 고난이 의미로 바뀐다는 신앙의 고백이다.
하나님은 눈물 속에 씨를 감추신다
이 구절은 눈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보통 눈물을 실패나 약함, 절망의 결과로 본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눈물을 ‘씨앗’이라고 부르신다. 씨앗은 땅에 묻히고, 일정 시간 썩어야만 열매가 되는 법이다. 즉, 당장 사라지는 것 같고 아무 반응 없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반드시 생명의 순환이 시작되고 있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눈물을 기억하신다. 시편 56편 8절은 말한다. “주께서 나의 유리함을 계수하셨사오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하나님은 우리의 눈물을 흘려보내지 않으신다. 그분은 눈물 한 방울까지도 헛되이 하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사람이 모르는 눈물, 기록되지 않은 통곡조차도 하나님은 모두 아시고 그 속에 은혜를 준비하신다.
눈물로 뿌린 씨앗은 어떤 열매를 맺는가? 그것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다. 그 눈물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의 중심을 다듬으시고, 성품을 빚으시며, 믿음을 단단하게 하신다. 즉, 눈물의 시간이야말로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는 시간이다. 우리는 잘되고 있을 때보다 무너졌을 때, 감사할 때보다 아플 때, 평안할 때보다 혼란스러울 때 더 많이 하나님을 찾게 된다.
눈물은 기도보다 더 정직한 신앙의 고백일 수 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정을 담은 고요한 울음 속에서 하나님은 가장 선명하게 역사하신다. 그리고 그 자리에 심긴 믿음의 씨앗은 반드시 기쁨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 그것은 눈물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 눈물을 하나님께 드렸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기쁨으로 거두게 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라
성경은 우리의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난과 눈물, 상처와 좌절의 현실을 정직하게 바라본다. 그러나 그 현실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시편 126편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선언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반드시라는 단어는 약속이다.
하나님은 그분을 신뢰하고 흘리는 눈물에는 반드시 응답하신다. 기쁨으로 거두는 날은 늦어질 수 있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하나님은 ‘때가 차면’이라는 절대적 시간 안에서 역사하시고, 그 시간은 인간의 계산과는 다르다. 그러나 그 약속은 분명하며, 하나님은 신실하시다.
우리는 종종 ‘지금’이라는 시간에 갇혀 낙심한다. 하지만 믿음은 보이지 않아도 씨앗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일지라도, 속에서는 이미 하나님의 계획이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매는 우리의 기대보다 더 크고, 더 깊고, 더 놀라운 기쁨이 될 것이다. 눈물로 시작된 그 자리가, 하나님이 기쁨의 열매를 맺게 하시는 장소가 될 것이다. 결국 이 말씀은 ‘지금이 끝이 아니다’라는 하나님의 선언이다. 그리고 그 말씀을 믿는 자는, 지금 당장은 고통 속에 있더라도 미래를 향한 소망을 품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믿음이다.
기도는 눈물로 시작되지만, 응답은 기쁨으로 돌아온다. 순종은 때로 희생을 동반하지만, 결과는 풍성한 생명으로 돌아온다. 하나님은 우리의 눈물과 수고를 절대 잊지 않으시는 분이시며, 그 모든 헌신을 기억하시고 그에 합당한 영광을 예비하시는 분이시다. 시편 126편 5절은 단지 회복의 말씀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 믿음을 지키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하늘의 언약이다. 오늘도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당신, 주저하지 말고 그 자리를 지켜라. 하나님은 반드시 기쁨으로 당신의 손을 채우실 것이다.
매일말씀저널 | 성경 한 절
(본문: 시편 126편 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