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내가 침묵할 때에도 말씀하신다 – 기도가 멈춘 시기, 하나님은 어디 계셨을까

신앙이란 매일매일 하나님과 대화하며 살아가는 삶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지 못한다. 어느 날 문득, 기도하던 자리에 앉아도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고, 성경을 펴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며, 찬양을 들어도 멜로디만 맴돌 때가 있다. 심지어 예배 중에도, 설교를 듣고 나서도, 전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시간들이 있다.

이런 시간들이 길어지면 사람들은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내가 신앙을 잃은 걸까?”, “하나님이 나에게 실망하셨나?”, “이제는 더 이상 하나님이 나에게 말씀하시지 않는 건가?” 이런 질문은 우리 모두가 침묵의 시기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품게 되는 질문들이다.

그러나 성경은 말한다. 하나님은 내가 침묵할 때에도 말씀하신다고.

하나님이 조용히 일하실 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종종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표적인 예가 요셉의 삶이다. 형제들에게 팔려 애굽으로 끌려가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요셉은 한동안 아무런 ‘하나님의 응답’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성경은 반복해서 말한다.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시므로…”

하나님의 침묵은 곧 하나님의 부재가 아니다. 오히려 침묵 속에서도 하나님은 함께 하신다. 그분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우리 인생의 퍼즐을 맞추고 계시며, 우리 영혼의 깊은 곳에 말을 심고 계신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하나님은 멈추지 않고 일하고 계신다.

기도하지 못할 때,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

기도는 신앙인의 호흡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기도가 멈추는 순간은 곧 영적 질식의 순간일까?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우리의 호흡까지도 알고 계시는 분이시다. 우리가 숨을 쉴 힘조차 없을 때, 하나님은 오히려 우리 안에 더 가까이 계신다.

로마서 8장 26절은 이렇게 말한다.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우리는 말하지 못하고 있지만, 성령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신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침묵 중에 숨겨진 위로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법

침묵의 시간은 우리가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세상의 소음에 익숙해진 우리 귀는, 종종 하나님의 조용한 음성을 듣지 못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를 침묵 가운데로 부르신다. 감정을 조용히 하고, 의지를 낮추며, 마음을 정리하는 가운데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께 귀를 열 수 있다.

엘리야가 로뎀나무 아래에서 지쳐 있을 때, 하나님은 그를 호렙산으로 부르셨다. 그리고 거기서 강한 바람과 지진과 불이 지나간 후, 하나님은 ‘세미한 소리’로 말씀하셨다(열왕기상 19:12). 하나님은 큰소리로 말씀하시지 않는다. 하나님의 음성은 소음이 아닌, 고요함 속에서 들린다.

우리가 고요해지기를 기다리시는 하나님

하나님의 침묵은 우리가 조용해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우리가 너무 바쁘게 말하고, 너무 급하게 요구하며, 너무 혼란스럽게 움직일 때, 하나님은 우리를 고요함으로 이끄신다. 하나님의 음성은 그 고요함을 뚫고 들려온다.

그러므로 기도가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애써 말하려 하기보다 하나님 앞에서 조용히 머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침묵 속에서도 하나님은 말씀하시며, 우리는 그분의 음성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 하나님의 말씀이 예전보다 더 또렷하고 생생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기도는 말을 건네는 행위다. 하지만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반드시 말을 해야만 기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말보다 마음이, 표현보다 자세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시간, 그 시간은 하나님의 역사에서 ‘공백’이 아니라 ‘경작’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침묵할 때,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 말씀의 씨앗을 심으신다.

침묵은 하나님과의 거리보다 깊이에 관한 것이다

하나님과 멀어졌다는 느낌은 주로 감정에서 비롯된다. 기도 응답이 느껴지지 않을 때, 성경이 식상하게 느껴질 때,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사실이 이론처럼 멀게 느껴질 때 우리는 “하나님과 멀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떠나신 적이 없다. 오히려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다가가고자 몸부림치는 그 순간, 하나님은 우리의 깊은 자리로 들어오고 계신다.

사랑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항상 말로 표현하는 사랑도 중요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깊은 사랑을 증명하기도 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아시고, 표현하지 않아도 느끼신다. 그분은 감정이 아닌 진심을 보신다.

하나님은 말씀을 잊지 않으신다

우리는 가끔 스스로를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자격 없는 사람’처럼 느낀다. 신앙이 무뎌지고, 삶이 흐트러지고, 거룩함이 멀어진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 앞에서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을 외면해도 여전히 말씀하고 계시며, 말씀을 잊지 않으신다.

이사야 55장 11절은 말한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헛되이 내게로 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기뻐하는 뜻을 이루며, 내가 보낸 일에 형통하리라.” 하나님의 말씀은 시간 안에 스며들어, 침묵 속에서도 자란다. 말씀이 당장 열매 맺지 않아도, 심어진 순간부터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침묵을 견디는 사람에게 열매가 맺힌다

우리가 믿음을 잃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라는 중일 뿐이다. 어린아이의 키는 자라는 동안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많이 컸네”라고 말해주는 순간이 있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다. 침묵의 시간은 ‘성장 중’이라는 표지일 수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동안, 하나님은 뿌리를 깊게 하신다.

요한복음 15장 2절은 이렇게 말한다. “무릇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열매를 맺게 하려 하여 그것을 깨끗하게 하시느니라.” 하나님은 침묵의 시간을 통해 우리를 다듬으신다. 그것은 버려짐이 아니라, 더 깊은 열매를 위한 준비다.

하나님의 임재는 조용히 시작된다

모세는 40년 광야를 지나 떨기나무 앞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다. 그 떨기나무는 타오르지만 꺼지지 않았고, 하나님은 그곳에서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도 없는 광야,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그곳에서 하나님은 임재하셨다. 하나님의 방문은 언제나 소리 없이 시작된다.

우리 삶도 그렇다. 아무 일 없는 날들, 기도가 흐려지는 시간, 예배가 습관처럼 느껴질 때조차 하나님은 우리 곁에 계신다. 그리고 그분은 세미한 음성으로,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리신다. 다만 우리가 듣지 못했을 뿐, 하나님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으셨다.

침묵의 끝에서 반드시 회복이 온다

시편 30편 5절은 말한다.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 지금 이 시기가 영적으로 어두운 밤 같더라도, 하나님은 반드시 회복의 아침을 주신다. 그리고 그 아침은 어제보다 더 성숙한 믿음, 더 깊은 기도, 더 단단한 말씀 생활로 우리를 인도한다.

기도가 되지 않아도, 예배가 무미건조해도 괜찮다. 하나님은 우리가 드러내는 ‘행위’보다,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자세’를 귀하게 보신다. 지금은 고요하지만, 그 고요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 안에 귀한 것을 심고 계신다. 그것은 언젠가 반드시 열매로 맺혀, 우리의 삶에서 증거로 드러날 것이다.

그러니 침묵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 침묵은 하나님께 가는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은 내가 침묵할 때에도 여전히 말씀하신다. 아니, 어쩌면 그때야말로 가장 선명하게 말씀하고 계신다. 오늘 그 고요한 자리에서, 다시 귀를 기울이자.

매일말씀저널 | 신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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