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단단해 보이다가도 아주 작은 충격에 흔들리기도 한다. 교회에 잘 다니고, 예배도 성실히 드리며, 기도와 말씀 생활도 지속하고 있던 사람에게조차 ‘믿음의 흔들림’은 불쑥 찾아온다. 마음을 무너뜨리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기다림이 길어질 때, 혹은 일상 속 지치고 무의미한 반복 속에서 우리는 갑자기 영혼이 공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럴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열심도 아니고, 눈물도 아니다. 바로 ‘하나님 앞에서의 솔직함’이다.
하나님께 마음을 열지 않게 되며, 기도는 형식적으로 변하고, 말씀은 읽긴 하지만 스스로에게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간다. 예배는 들이되, 마음은 ‘참석’만 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신앙생활을 ‘유지’하기 시작한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고립시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립 속에서 믿음은 더 빨리 무너진다.
신앙은 중심에서부터 무너진다
믿음이 흔들릴 때 사람들은 종종 외적인 부분을 점검한다. “내가 요즘 기도를 안 했나?”, “예배에 빠진 적이 있나?”, “말씀을 게을리했나?” 물론 이 모든 것은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흔들림은 사실 삶의 중심부에서 시작된다. 하나님이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 조언자나 응급처치자로 밀려나 있을 때, 이미 흔들림은 시작된 것이다.
믿음의 중심은 ‘신뢰’다. 신뢰가 사라지면 신앙은 행동으로는 남을 수 있지만, 생명력을 잃는다. 우리가 하나님께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보다, 더 이상 질문조차 하지 않게 될 때, 그 무심함 속에서 믿음은 조용히 사라진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정직함이다
믿음이 흔들릴 때, 기도는 계속된다. 문제는 기도가 ‘솔직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무너지고 있는 자신을 하나님께 드러내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점점 형식적인 언어를 쓰게 된다. “주님, 모든 걸 주님께 맡깁니다.” “주님, 뜻대로 하소서.” 그 말들 속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는 걸 우리 스스로도 안다.
진짜 기도는 “주님, 저 너무 지쳤습니다.” “하나님,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느껴집니다.”와 같은 정직한 고백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믿음이 흔들릴수록 우리는 그 고백마저 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진짜 감정을 말하는 게 두렵고, 그렇게까지 믿음이 약해 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정직해지기를 원하신다. 시편 기자들은 하나님께 항의하고, 울부짖고, 절망을 토로했다. 그들의 기도는 형식이 없었고, 철저히 솔직했다. 진짜 신앙은 감정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하나님께 맡기는 용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믿음이 흔들릴 때 나를 돌아보는 법
믿음이 흔들리는 시기에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일은, 스스로를 진실하게 마주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나는 하나님을 믿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분을 신뢰하고 있는가?” “내 기도는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믿음의 뿌리를 다시 점검하는 통로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지금 하나님 앞에서 솔직한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다시 회복의 출발점에 설 수 있다. 믿음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되찾는 것이다. 그 자리란,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으로 서 있는 자리다.
흔들린다는 것은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단단히 서 있다가도 인생의 거센 바람 앞에 방향을 잃고 휘청일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균형을 잡으려 한다. 그런데 신앙에서의 흔들림은 더 복잡하다. 이건 단순한 감정의 기복이 아니라, 존재의 중심이 흔들리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기도를 해도 무언가 벽을 향해 말하는 듯하고, 예배를 드려도 영혼이 맴돌기만 할 때, 우리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진짜 사라지는 것은 믿음 그 자체보다, 믿음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믿음은 내가 붙잡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붙들고 계신 것이다
흔히 우리는 믿음을 내 의지로 유지하려 한다. “내가 더 열심히 기도했어야지”, “내가 더 믿음으로 견뎌야 했는데…” 이런 생각은 그럴듯하지만, 때로는 믿음을 오히려 짓누르는 무거운 책임감이 된다. 그러나 성경은 명확히 말한다. 믿음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시다.
히브리서 12장 2절은 예수님을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라고 한다. 믿음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시작하신 일이고 하나님이 끝까지 이루실 일이다. 내가 흔들릴지라도, 그분의 손은 절대 놓이지 않는다.
우리는 흔들려도, 하나님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신다. 시편 46편 1절은 말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여기서 ‘환난 중에’라는 표현은, 환경이 어려울 때도 하나님이 결코 피하시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우리가 불안할수록, 하나님은 오히려 더 가까이 계신다. 우리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신다.
믿음이 약해졌다고 느껴질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정직한 부르짖음이다. “주님, 제 믿음이 너무 흔들립니다. 그런데 제 손을 꼭 잡아주세요.” 이것이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관계는 무너지지 않도록 붙드는 가장 확실한 기도다.
회복은 언제나 ‘하나님의 성품’에서부터 시작된다 믿음을 회복하는 길은 내 안에서 찾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잘했나, 못했나’를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회복은 언제나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다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이시다. 우리와 맺은 약속을 끝까지 지키시는 분이시고, 우리가 불성실할 때에도 그분은 성실하신 분이시다(디모데후서 2:13). 흔들리는 시기일수록 ‘내가 얼마나 약한가’보다 ‘하나님이 얼마나 강하신가’를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를 홀로 두지 않으신다. 잠시 외면하는 것처럼 느껴져도, 사실은 우리가 믿음의 시선을 다시 돌릴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시는 중이다. 그리고 우리가 고개를 들었을 때, 하나님은 이미 우리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계신다.
믿음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솔직함이지만, 믿음이 다시 회복될 때 가장 먼저 돌아오는 것도 솔직함이다.
“하나님, 저 너무 지쳐요.” “주님, 왜 이런 일이 제게 일어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기도들이 다시 터져 나오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믿음의 자리로 돌아가는 중이다.
흔들렸다고 실패한 것이 아니다. 무너졌다고 끝난 것도 아니다. 믿음은 우리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우리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
그 손이 오늘도 나를 붙들고 있다. 그것이 내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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