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의 시대, 누구의 미래가 담보로 잡히는가

2025년, 전 세계는 전례 없는 부채의 시대에 들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정부 부채는 총 91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전 세계 GDP의 93%에 해당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각국은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과 복지지출을 감행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국가부채 34조 달러를 넘기며 의회 내 디폴트 논쟁을 반복하고 있고, 일본은 GDP 대비 260%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채무를 유지한 채 초저금리 기조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 영국, 중국, 브라질, 캐나다 등 주요국 모두 상황은 비슷하다. 문제는 이 부채가 누구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인가이다.

부채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미래의 조용한 약속이자 정치의 유예된 선택이다. 국가는 지금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지출’을 택하고, 그 부담은 다음 세대가 떠안게 된다. 특히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복지지출의 증가가 불가피하다. 의료, 연금, 돌봄과 같은 항목은 해마다 팽창하지만, 그 재정은 주로 국채 발행을 통해 메워진다.

조세 저항이 극심한 상황에서 증세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며, 결국 정부는 ‘다음에 갚겠다’는 방식으로 현재를 유지한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이자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실제로 미국의 경우 국방 예산보다 국채 이자 지급액이 더 큰 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결국 구조적 전환을 요구한다. 과거 국가재정은 ‘성장과 분배’라는 두 축으로 운용되었지만, 지금은 ‘방어와 유예’라는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교육, 인프라, 출산 장려, 지역균형발전 같은 미래 투자 항목은 줄어들고, 당장의 생존과 민심 안정을 위한 소비 지출이 중심이 된다. 문제는 이 방식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단기적으로는 표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생산력을 약화시키고,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며, 국제 신뢰도마저 떨어뜨린다. 통화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 신용등급 조정은 결국 모두에게 돌아올 파급이다.

게다가 금융시장은 이런 부채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의 수익률은 점점 더 많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받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단지 채무국의 지불능력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성, 세수 구조, 인구 구성까지 분석해 반응하고 있다.

이자율이 오르면 기업과 가계의 부담도 함께 커지며, 이는 소비 위축과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국가 부채는 단순한 회계상의 부담을 넘어 체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다음 세대는 부채와 함께 태어난다. 국가는 그들에게 기회의 평등 대신 채무의 평등을 물려주고 있으며, 이 구조는 정치권력의 임기와는 무관하게 계속된다. 청년층은 주거, 일자리, 교육, 출산 모든 영역에서 부담을 지며 출발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선택한 적 없는 재정 구조의 결과까지도 떠안아야 한다.

세대 간 정의라는 개념이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서 청년층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연대가 부채 구조를 통해 무너질 때, 신뢰는 금세 회복되지 않는다.

부채는 현상이 아니라 구조다

국가의 부채는 결국 ‘어떤 구조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당장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미래를 팔아버리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이 위기는 반복되고 누적된다. 부채는 단순히 갚아야 할 돈이 아니라, 사회가 감당하지 못한 결정들의 총합이며, 회피한 책임의 잔고다. 지금 우리가 빌리고 있는 것은 자금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기회이며 생애 주기의 여유다. 어느 순간부터 국가는 미래를 비용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지금 그 청구서는 서서히 도착하고 있다.

 

작성자: 이시온 | 매일말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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