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고린도후서 4장 16절)
이 구절은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 중 후반부에 등장한다. 그는 복음 전파의 여정에서 온갖 고난과 핍박을 겪으면서도 결코 낙심하지 않는 이유를 고백하며, 우리 모두에게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묻는다. 겉사람은 분명히 지쳐가고 쇠약해져간다. 나이가 들고 몸이 무거워지고, 현실의 무게는 점점 더 가중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 바울은 “속사람”이 매일 새롭게 되어간다고 선포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신앙의 비밀이며, 우리가 붙들어야 할 말씀의 핵심이다.
신앙생활이 오래되었지만,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기도는 메마르며 예배조차 습관이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교회를 다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현실은 더 지치고 낙심될 수 있다. 과거에는 은혜였던 일이 이제는 의무로 느껴지고, 기도는 응답보다는 침묵 속에서 버티는 일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럴 때, 바울의 이 한 마디는 우리의 중심을 꿰뚫는다. “우리는 낙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깊은 곳에서, 바로 ‘속사람’을 새롭게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낙심의 현실 앞에서 드러나는 속사람의 상태
바울은 본문 앞 구절들에서 자신이 겪고 있는 육체적 고통과 사역의 어려움을 솔직히 고백한다.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고후 4:8). 그는 삶의 외형적 조건이나 눈에 보이는 성공 여부가 신앙의 기준이 아님을 분명히 말한다. 오히려 그는 육체가 쇠약해지는 그 순간,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생명력은 더 깊어지고 있다고 증언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흔히 겪는 낙심의 이유는 ‘보이지 않음’이다. 기도한 만큼 결과가 보이지 않고, 믿은 만큼 형편이 나아지지 않으며, 열심히 봉사한 만큼 감사가 돌아오지 않는다. 세상은 결과를 중심으로 평가하지만, 성경은 과정을 중심으로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속사람을 새롭게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신다. 겉사람이 다해가는 것 같은 그 시점에서도, 주님은 우리의 중심을 변화시키고 계신다. 그 속에서 빚어지는 성품, 깨지는 자아, 자라나는 믿음은 결국 영원한 것들을 준비시키는 하나님의 섭리다.
바울이 말한 ‘속사람’은 단지 기분이나 감정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것은 영적 생명력의 중심, 즉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존재로서의 본질을 뜻한다. 겉사람이 병들고 실패하고 지쳐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속사람은 하나님 안에서 자라고 성장하며 회복되어간다. 이는 우리가 단순히 ‘기분을 전환’하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말씀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의 실제적인 교제 속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다.
하나님은 오늘도 속사람을 새롭게 하신다
하나님이 주시는 새로움은 외적인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갱신이다. 세상은 매일 새롭고 화려한 것들을 쏟아내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자극일 뿐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내면, 곧 속사람을 날마다 새롭게 하신다. 그것은 상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이겨내는 힘을 주시는 방식이다. 병이 나아지지 않아도 믿음이 자라고, 관계가 회복되지 않아도 사랑이 깊어지고, 여전히 눈물의 골짜기를 지나더라도 소망은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겉으로 보기엔 지는 싸움처럼 보일 때가 많다. 손해 보고 양보하고 섬기고 기도해도, 세상 기준으로는 늘 한 발 물러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과정 속에서 속사람을 세우신다. 겉사람이 무너질수록 오히려 속사람은 하나님의 뜻에 더 민감해지고, 성령의 음성을 더 명확히 듣게 되며, 세상 가치가 아닌 하늘의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그렇게 속사람이 자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이 보시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이 변화는 한 번에 일어나지 않는다. 매일의 순종, 매일의 말씀, 매일의 기도가 쌓여서 이루어진다. ‘날로’ 새로워진다는 표현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라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의미한다. 성경은 단번에 완전해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날마다 갱신되는 과정을 강조한다. 그래서 낙심하지 말라고 말한다. 지금 변화가 느껴지지 않아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신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해도, 속사람은 자라고 있다.
바울은 고린도후서 4장을 마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잠시 받는 환난의 경한 것이 지극히 크고 영원한 영광의 중한 것을 우리에게 이루게 함이니…”(고후 4:17). 겉사람은 세상의 기준 앞에서 손해를 보지만, 속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영광을 쌓고 있다. 그리고 결국 이 속사람이 하나님 나라에서 영원히 설 것이다.
하나님은 오늘도 당신의 속사람을 새롭게 하신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낙심하지 마라. 당신이 느끼지 못해도, 당신이 오늘을 믿음으로 견디고 있다면, 당신의 중심에서는 하나님의 형상이 더 선명해지고 있다. 속사람은 날마다 자라고 있다. 그것은 당신이 지금도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말씀저널 | 성경 한 절
(본문: 고린도후서 4장 16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