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손글씨는 특별한 힘을 가진다. 특히 하나님의 말씀을 손으로 따라 쓰는 ‘성경 필사’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말씀을 내면에 새기고 삶에 적용하는 깊은 묵상의 도구가 된다.
신명기 17장 18절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왕이 “레위 사람 제사장 앞에서 책에 기록한 율법서를 베껴 쓰라”고 명령하셨다. 이는 통치를 위한 법률적 지식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라는 뜻이었다.
오늘날의 크리스천에게도 필사는 말씀을 천천히 곱씹고 성령의 인도하심 가운데 살아가는 훈련으로 매우 유익하다. 본 글은 성경 필사를 꾸준히 실천하기 위한 5단계 전략을 제시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말씀을 손으로 새기는 기쁨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1. ‘완주’보다 ‘습관’에 초점을 맞추라
많은 성도들이 성경 필사를 시작하지만, 구약 초반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대부분 ‘너무 길어서’, ‘시간이 없어서’다. 그러나 성경 필사는 단기간에 완성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것은 말씀을 손끝으로 새기며 하루를 말씀으로 살아내는 습관의 실천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분량을 썼느냐보다, 오늘도 말씀 앞에 앉았느냐이다. 하루에 단 한 절이라도,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반복하면 그것이 곧 훈련이 되고, 내면의 질서가 된다.
성경 필사는 속도보다 방향이며, 기록보다 반복이다. 완주라는 목표는 습관 속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2. 나만의 필사 전용 노트를 준비하라
전용 노트를 마련하는 것은 단순한 도구 선택을 넘어서, ‘공간을 구별하는 영적 행위’다. 시중에 판매되는 성경 필사 노트나 일반 노트 모두 가능하되, 눈에 잘 띄는 표지와 손에 익는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좌우 여백이 충분한 노트를 고르면 나중에 묵상이나 기도 제목을 덧붙이기에도 용이하다. 필사용 펜은 손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잉크 펜이나 만년필이 적당하며, 문구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남을 수 있도록 필기감이 부드러운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전용 도구는 집중력을 높이고, 지속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장치다. ‘이 노트는 하나님 말씀을 새기는 곳’이라는 자각만으로도 마음이 달라진다.
3. 하루 10분, 짧고 반복적인 루틴을 설정하라
처음부터 많은 분량을 쓰려 하기보다, ‘짧게 자주’가 훨씬 효율적이다. 하루 10분만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앉아 성경을 옮겨 적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 매일 아침 커피 전 10분, 자기 전 조용한 시간 10분 등. 말씀 필사는 감정의 동요보다 반복의 리듬에서 유지된다. 출근 전에 시편 한 편을 쓰거나, 점심시간 중 신약 서신 3~4절만 기록해도 충분하다.
필사를 위해 하루를 내지 말고, 하루 안에 필사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접근하라. 이 짧은 루틴이 쌓일 때 말씀은 내 삶의 일부가 되고, 손으로 적은 구절은 마음의 중심이 된다.
4. ‘읽기’ → ‘쓰기’ → ‘묵상’의 3단계로 연결하라
단순히 베껴 쓰는 행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그러나 읽고, 쓰고, 묵상하는 삼중 구조로 확장하면 말씀의 깊이는 달라진다. 먼저 성경을 눈으로 읽고, 다음 손으로 옮기며 구조와 의미를 생각하고, 마지막엔 한 줄 요약이나 느낀 점을 덧붙여보자.
예: “요 3:16 – 하나님의 사랑은 조건이 없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 오늘 하루 사랑받는 존재로 살자.” 이처럼 짧은 반응문을 붙이면 필사는 암송으로, 암송은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경 필사는 단순 필기의 종교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대화를 기록하는 묵상의 여정이다. 쓰는 만큼 말씀은 내 안에 머문다.
5. ‘공유’와 ‘표시’를 통해 동기 부여를 유지하라
성경 필사는 혼자 하는 묵상이지만, 나누는 훈련을 병행할 때 더 오래 지속된다. 예를 들어 가족 예배 시, 한 주간 가장 은혜로웠던 필사 구절을 함께 나누거나, 필사 노트 일부를 셀 모임에서 소개해보는 방식이다.
또는 SNS에 ‘오늘의 필사 한 구절’을 사진과 함께 올리는 것도 좋은 루틴이 된다. 스스로는 물론 타인에게도 자극을 줄 수 있는 영적 나눔이 되기 때문이다. 또, 매 10페이지마다 체크 표시나 작은 감사 기도를 적어 넣는 방식도 동기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성경 필사는 끝없는 여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여정에 흔적을 남기면 스스로도 ‘걷고 있구나’를 실감할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은 손으로 새길 때, 마음에 머문다
디지털 시대는 속도와 효율을 강조하지만, 믿음은 느리고 깊은 반복 속에서 형성된다. 손으로 말씀을 옮겨 적는 행위는 단순한 신체 활동이 아니라, 말씀을 중심에 두고 사는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영적 예배다.
성경 필사를 통해 우리는 한 구절을 천천히 읽고, 그 문장을 내 손으로 다시 써보며, 하나님이 오늘 나에게 하시는 말씀을 더 깊이 들을 수 있다. 지금 당장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좋다. 오늘 한 줄, 내일 한 절.
그렇게 꾸준히 적어 내려간 말씀은 언젠가 나를 붙드는 생명의 문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성경은 읽는 책이기도 하지만, 새기는 책이며, 삶이 따라가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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