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기준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흔들린다. 정해진 경계가 무너지면 모든 것은 상대화되고, 각자의 감정과 이해가 법이 된다. 지금 이 시대는 정확히 그런 흐름 속에 있다. 과거에는 국가, 전통, 도덕, 양심이 삶의 기준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자기 확신’이 기준이 되는 시대다.
그러나 그 확신조차 흔들릴 수 있는 감정 위에 세워졌기에, 결국 모두가 자기 기준 속에서 말하고 행동하고 결정한다. 그럴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절대적인 권위, 곧 ‘말씀’이다. 말씀의 권위가 무너지면 신앙도, 교회도, 사회도 결국 공중에 떠 있는 상태가 된다. 지금 이 시대는 말씀의 권위를 가장 은밀하게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과거에는 말씀 자체가 논쟁의 중심이었다. 어느 본문이 원문에 가까운가, 어떻게 해석해야 옳은가, 신학교 안에서조차 말씀을 다루는 태도가 경건을 기반으로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말씀을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씀을 잘 안다’고 말하면서 그 의미를 비틀고, 특정 구절만 강조하며 전체 진리를 왜곡한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부분만 부각하고, 불편한 구절은 감추거나 상징화하며, 회개와 심판의 메시지는 배제된다. 그 결과 말씀은 점점 ‘선택적인 문장’으로 전락하고, 더 이상 삶을 움직이는 권위가 아니라 위로의 도구 정도로 남게 된다.
말씀이 권위를 잃는 사회는 혼란을 만든다
사사기의 마지막 절은 이렇게 말한다.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말씀의 기준이 사라지면 왕의 권위도, 하나님의 통치도 사라진다. 결국 사람은 스스로의 판단을 기준 삼아 살게 되고, 그것은 혼란과 분열을 낳는다. 현대 사회는 ‘나의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절대적인 진리를 무력화하고 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라는 전제를 통해 옳고 그름 자체를 판단 불가능한 영역으로 밀어낸다. 그러나 성경은 말한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 말씀이 사라지면 길을 잃는다. 말씀이 흔들리면 도착점이 사라지고, 삶은 방향 없는 방황이 된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점점 뚜렷해진다. 성경을 말하면서도 성경대로 살지 않고, 말씀을 인용하면서도 삶은 세상의 가치와 다르지 않다. 말씀을 단지 ‘도움이 되는 구절’로 소비할 뿐, 그것이 삶의 최종 판단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신자는 말씀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에 복종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말씀을 안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가고 있고, 그 말씀이 나를 변화시키고 통제하는 권위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은 여전히 말씀으로 통치하신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고, 말씀으로 인간을 부르시며, 말씀으로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오셨다. 하나님은 지금도 말씀으로 사람을 부르시고, 교회를 세우시며, 성도를 훈련하신다. 그러므로 말씀을 경시하는 태도는 곧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는 태도이며, 결국 믿음을 무너뜨리는 지름길이 된다.
우리는 말씀 없이 하나님을 알 수 없고, 말씀 밖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없다. 성령은 말씀과 함께 역사하시며, 모든 영적 분별은 말씀을 기준 삼아야 한다.
오늘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말씀의 권위’다. 내가 이해되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순종하는 태도. 이 시대는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지만, 신자는 “말씀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말씀은 설명이 아니라 명령이다.
말씀은 해석이 아니라 순종의 대상이다. 하나님은 순종하는 자에게 진리를 보이신다고 약속하셨고, 말씀에 삶을 맞추는 자에게 성령의 인도하심을 허락하신다.
말씀은 시대를 관통하는 기준이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성경은 여전히 살아 있다. 과학이 발달하고, 문화가 바뀌고, 인식이 달라져도 하나님의 말씀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말씀이 ‘진리’인 증거다. 시대는 가고 오지만 말씀은 영원하다. 예수님은 “하늘과 땅은 없어질지라도 내 말은 없어지지 아니하리라”(마 24:35)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씀을 이 시대에 맞게 해석하려 하기보다, 이 시대를 말씀에 맞게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성경은 시대에 뒤떨어진 책이 아니다. 성경은 시대를 초월하는 기준이고, 영혼을 살리는 유일한 진리다.
오늘도 많은 성도들이 말씀을 듣는다. 그러나 진짜 신앙은 ‘말씀을 얼마나 들었는가’보다 ‘말씀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로 드러난다. 내 판단보다, 내 감정보다, 내 경험보다 말씀이 더 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삶. 그 삶 위에 하나님은 역사를 시작하신다.
말씀이 기준이 되면 흔들리지 않는다. 말씀이 방향이 되면 길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말씀이 중심이 되면, 그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
작성자: 이시온 | 매일말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