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주일의 책이 아니라, 평일의 등불이다
성경을 읽는 순간은 경건하다. 그 안에는 하나님의 음성이 있고, 시대를 뛰어넘는 진리가 있으며, 내 삶을 정직하게 비추는 거울이 있다. 하지만 말씀과 삶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예배 후 다시 맞이하는 월요일, 성경의 말씀이 출근길의 분주함이나 인간관계의 복잡함, 피로한 일상의 감정들 속에서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쉽게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고민한다. “말씀대로 산다는 것이 실제로는 무엇인가요?”
‘말씀과 삶’의 간극은 단순히 신앙의 열심 부족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간극은 성경을 삶의 한복판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석하고 살아내는 훈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데에서 생긴다. 말씀은 종교적 문구나 교리의 요약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과 뜻이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드러나는 도구다.
그렇기에 성경은 그 자체로 삶의 언어이며, 하나님이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현재형의 진리’다.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으셨던 질문은 오늘도 우리에게 유효하다. “네 남편을 데려오라.” 그 말씀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그 여인의 현실을 찔렀고, 결국 회복의 문이 되었다.
삶에서 말씀이 살아 움직이려면, 우리는 무엇보다 말씀을 피상적으로 읽지 말아야 한다. ‘은혜받기 위해’가 아니라, ‘순종하기 위해’ 읽어야 하며, 나를 감동시키는 구절이 아니라 나를 변화시키는 구절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묵상할 땐 깊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우리가 반응하는 방식이 곧 말씀에 대한 태도다. 용서하지 못하는 감정 속에서, 오해받았을 때 침묵하는 결단 속에서,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정직하게 행동하는 자리 속에서, 말씀이 살아 있고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말씀대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말씀이 단단한 이유는, 우리 안의 무너진 질서를 다시 세우기 때문이다. ‘섬기라’는 말씀은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기뻐하라’는 명령은 현실의 무게와 충돌한다.
그러나 말씀은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감정보다 위에 있고, 상황보다 깊이 있고, 세상의 논리보다 먼저 작동하는 하나님의 질서로서, 우리 삶을 다시 붙들고 견인한다.
‘말씀과 삶’은 결국 하나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앉아 말씀을 읽는 자리와, 일어나 하루를 살아가는 자리가 분리된다면, 신앙은 점점 형식이 되고 만다. 반대로, 말씀을 붙든 삶은 작은 일상 속에서도 거룩을 경험하게 한다.
물 한 잔을 내미는 친절, 상처받은 이에게 건네는 말, 바쁜 와중에도 멈추어 듣는 태도—이 모든 것이 말씀이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하나님의 말씀은 오늘도 우리 삶의 한복판을 지나간다. 경건한 순간만이 아니라, 피곤한 퇴근길에도,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후회하는 저녁에도, 버스를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말씀은 먼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일상 깊숙이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방식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 말씀을 어떻게 듣고, 어떻게 살아내느냐다.
작성자: 이시온 | 매일말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