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하루는 무겁다. 단지 몸이 피곤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무겁다. 삶의 여러 압박과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 관계의 긴장과 경제적 불안까지 더해지면 하루는 시작도 전에 버겁게 느껴진다. 그럴수록 말씀은 점점 더 ‘멀게’ 느껴진다. 큐티를 하려 해도 집중이 안 되고, 성경을 펴는 것이 어색하고, 기도는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위안처럼만 여겨질 때, 신자는 삶과 말씀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간극을 느낀다.
말씀은 여전히 진리이지만, 삶의 무게가 그것을 누를 때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정말 이 말씀은 나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이 물음 앞에 주님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무거운 하루에도 말씀이 들어갈 틈은 있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굶주리고 지치고 외로운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유혹당한 것은 ‘떡’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대답하셨다. 이 장면은 단순히 유혹에 이긴 장면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하신 선언이다. 인간은 육체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배를 채우는 것으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내면이 말씀으로 공급되어야만 유지되는 존재다. 그러나 문제는, 배고픔은 실감이 나지만 영의 갈증은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는 피곤할 땐 누워 쉬고, 배고프면 무엇이든 먹지만, 마음이 무거울 땐 말씀을 피한다. 그 순간, 진짜 공급은 멀어지고, 우리는 점점 더 탈진하게 된다.
삶이 무거울수록 말씀은 오히려 더 필요하다. 말씀은 현실을 피하는 길이 아니라, 현실을 견디는 힘이다. 그리고 말씀은 무거운 마음에 ‘지식’을 더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게중심을 다시 재조정하려는 하나님의 은혜다. 오늘 하루의 중심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에 따라, 삶의 무게는 달라진다.
말씀은 삶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진 않지만,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시야를 넓히며, 중심을 흔들리지 않게 붙든다. 그래서 말씀은 ‘가볍게’ 느껴질 수 있으나, 실상은 가장 ‘묵직한’ 힘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삶과 동떨어진 이상이 아니다. 성경은 고대 문서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생명으로 주어진 하나님의 언어다. 하루에 단 한 구절을 붙드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흐름은 달라진다.
그 말씀이 마음에 반복되고, 입술로 읊조려지고, 상황 속에서 적용될 때, 하나님은 보이지 않게 우리를 이끌고 계신다. 말씀은 정답이 아니라 방향이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아도, 순종하며 따라갈 때 반드시 인도하심을 체험하게 된다.
말씀은 때로 부담스럽다. 성경을 읽기 어려운 날이 있고, 말씀의 명령이 내 삶과 너무 멀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말씀 가까이 가야 한다. 피로하다는 이유로 식사를 거르지 않듯, 마음이 무겁다고 말씀을 멀리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그 무거움을 들고 말씀 앞에 나아갈 때, 그 말씀은 우리를 다시 살리는 능력이 된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고, 그 말씀으로 인간의 생명을 불어넣으셨다. 오늘도 하나님은 그 말씀으로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하시고, 쓰러진 마음을 다시 일으키신다.
삶이 가벼워져서 말씀이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다. 말씀을 가까이하면 삶이 가벼워진다. 하루가 무거울수록 말씀은 더욱 필요하다. 성경책을 펴는 작은 결단이 내일의 방향을 바꾸고, 묵상 한 줄이 마음의 무게를 나누며, 기도 한 문장이 삶을 다시 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말씀을 붙든다. 내 생각보다 더 높고, 내 감정보다 더 깊고, 내 현실보다 더 큰 하나님의 말씀이, 오늘의 삶을 이끄는 유일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작성자: 이시온 | 매일말씀저널